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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라 그래 > 양희은, 2021 방송을 그만두고 노년의 긴 세월 동안 무얼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전유성 선배는 대뜸 그냥 살란다. "여행 다녀. 신이 인간을 하찮게 비웃는 빌미가 바로 사람의 계획이라잖아. 계획 세우지 말고 그냥 살아." 그런가 하면 어느 유명한 사진작가의 아버지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분은 생전에 미리 말씀해두시길, 운구를 실어 나를 때 자기가 남긴 카세트테이프를 꼭 틀어달라고 했단다. 돌아가시고 운구 차량 안에서 테이프를 틀어보니 돌아가신 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야! OO 왔니? OO도 왔고?" 친구들 이름을 한 사람씩 부르면서, 너희들이 올 줄 알았다며 걸진 입담을 늘어놓고, 추억담과 더불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셨단다. 생생하게 담긴 고인의 음성 때문에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은 감탄과 큰 충격을 동시에 받.. 2021. 6. 24.
< 쇼코의 미소 > 최은영, 2016 시나리오를 쓸 때는 하루 웃었다 하루 울었다 했다. 하루는 글이 잘 써진다고, 이만하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다가 다음 날에는 전날 쓴 글을 버리고 다시는 글을 쓸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꾸준히 써야 한다고들 말했다. 적어도 오 년을 꾸준히 썼지만 글이 늘지 않았다. 평생을 써도 아무 의미 없는 장면들만 만들어내리라는 공포가 근육을 굳게 했다. 내가 창의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 능동적인 사람은 더더군다나 아니며 암기식 교육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토록 싫어했던 제도권 교육 안에서 나는 얼마간 편안함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영어 단어를 외우는 동안 매일 채용 사이트에 들어가서 취직자리를 알아보는 일도 거르지 않았다. 시간이 지.. 2021. 6. 22.
< 남자아이 맞춤 육아법 > 하라사카 이치로, 2020 흥분한 상태에서 아이에게 야단을 치게 되면 말투가 격해지거나 빈정거리는 투가 되거나 혹은 언성을 높이게 된다. 최악의 경우 회초리를 들게 되는데 그러한 방법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를 야단칠 때는 감정을 배제하고 차분하게 말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감정적이 된 엄마에게 "그렇게 흥분하지 마세요"라고 하면 대개의 경우 "흥분하지 않았어요! 주의를 주고 있는 것뿐이에요!"라면서 감정적으로 대꾸한다. 감정적이 되었을 때는 스스로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타인에게 지적받아도 인정하기 어려운 법이다. 처음에는 아이를 인정해주는 말을 하고 그다음에 아이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이 올바른 육아법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아이가 깜짝 놀랄 만큼 변하는 경험을 해다는 엄마를 주변에서 여러 명 보았다.. 2021. 6. 20.
< 책은 도끼다 > 박웅현, 2011 삶에서 실수는 필수 불가결한 것입니다. 그러나 줄여야 하죠. 왜냐하면 하나의 실수로 인해 하나의 가능성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나폴레옹의 말대로 "지금 나의 불행은 언젠가 내가 잘못 보낸 시간의 결과"라는 건데요. 돌아보면 정말 그렇습니다. 내가 중고등학교 때 했던 어떤 행동이 오 년 후의 나와 다 연결이 되거든요. 인생에 정말 공짜란 없습니다. 피카소가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정교한 그림을 그리는 건 힘들지 않았지만, 다시 어린아이가 되는 데 사십 년이 걸렸다고요. 우리는 0세에서 100세를 놓고 봤을 때,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로 가면서 지식이 계속 쌓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지식을 얻는 대신 가능성을 내주는 것이죠. 지식을 쌓으면서 놓치고 있는 많.. 2021. 6. 16.
<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 김경일, 1999 다 아는 이야기지만 법은 영어로 'law'다. 또 규칙은 영어로 'rule'이다. 어설프게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법치국가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미국, 그들은 법을 이야기할 때 'the rule of law', 즉 '법의 규칙'을 묶어 이야기한다.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 우리나라같이 정치력이 뛰어난 나라 같으면 적당히 여당, 야당, 출입기자들이 모인 요정에서 결판이 났을 일을 머리가 둔한 미국 의회는 복잡하게 회의를 하면서 길게 길게 해결해갔다. CNN 등을 통해 생방송되던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의장은 가끔씩 'the rule of law'를 외쳐댔다. 또 우리보다 더 한심한 미얀마의 정치 현장을 보도하는 가운데 야당 총재가 CNN의 'Q&A' 프로에 나왔다. 거기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2021.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