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73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2019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는 흔히 애증이 얽힌 사이로 표현된다. 딸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투사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삶을 재현하기를 거부하는 딸.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앓는 딸과 딸에 대한 애정을 그릇된 방향으로 표현하는 엄마. 여성으로 사는 삶을 공유하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다른 세대를 살아야 하는 모녀 사이에는 다른 관계에는 없는 묘한 감정이 있다. 모든 상황은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사람을 무너뜨린다. 재경은 분명히 우주 영웅이었다. 재경은 세계를 돌아다녔고, 여러 번의 우주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재경은 수많은 소녀들의 삶을 바꾸었을지도 모른다. 최후에 다른 선택을 했다고 해서 재경이 바꾸었던 숱한 삶의 경로들이 되돌려지는 것은 아니다. 더보기 이 책은 과 을 포함한 여러 SF 단편의 모음집이.. 2021. 1. 26. < 부모라면 유대인처럼 > 고재학, 2010 영상매체는 지속적으로 인간의 주의력과 감각을 자극해 묘한 이완감과 편안함을 준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영상물을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며, 이런 경험은 약물에 중독되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어느 선량한 부부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이혼을 했다. 남편은 성질 나쁜 여자와 재혼해 새로 얻은 여자와 똑같이 나쁜 사나이가 되었다. 아내 역시 나쁜 사나이와 재혼했지만, 얼마 후 그 사나이는 선량한 사람이 되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에게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공부의 목적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남이 시켜서 하는 공부는 뒷심을 발휘하기 어렵다. 과도한 사교육과 선행학습은 학생들의 흥미를 떨어뜨리고 학습동기를 갉아먹는 주요인이다. 자신이 설정한 역할 모델이.. 2021. 1. 26. <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 페터 빅셀, 2009 원래는 좋아했지만 살아가다가 잃어버리는 것이 많다.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그게 없어진 지 이미 오래라는 것을 깨닫는다. 예를 들면 열정, 현대 재즈를 향한 내 열정이 그렇다. 지금도 좋은 재즈 작품을 듣거나 재즈 콘서트 -거의 우연이긴 하지만- 에 가게 되면 기쁘다. 하지만 재즈를 여전히 좋아하면서도, 나에게선 뭔가 빠져있다. 바로 절박함이다. 이제 나에게 재즈란 있으면 좋지만, 꼭 있으 필요는 없는 것이 되었다. 정말 유감스럽다. 마음만 먹으면 열정이나 절박함은 쉽게 되살릴 수 있을 텐데. 어쨌든 절박함이 사라졌으니, 재즈가 꼭 있을 필요는 없다. 우리는 무질서만이 아니라 아마 질서 때문에 환경을 훨씬 더 많이 파괴할 것이다. 우리 마음에 들어야 할 뿐 환경의 동의는 얻지 않는 질서 때.. 2021. 1. 25. <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야마구치 슈, 2019 직업은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므로 하나의 아이덴티티에 얽매인다는 것은 하나의 직업에 얽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과 사회의 두 가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아이덴티티에 집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일본의 기업인이자 작가인 호리에 다카후미도 저서 에서 꾸준히 노력하는 시대는 끝났으니 싫증 나면 바로 그만두라고 조언한다. 이 말 또한 파라노이아보다 스키조프레니아가, 그리고 트리보다 리좀이 중요하다는 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일관성 있는', '흔들리지 않는', '외길 십 년'과 같은 말을 무조건 칭찬하고 보는 어수룩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그런 가치관에 사로 잡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편집증적으로 고집하는 것은 이 사회에서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우리는 직업과 일에 관.. 2021. 1. 25.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 > 마이크 뉴웰, 2018 영화의 배경은 1946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의 영국 런던이다. 주인공 줄리엣 애쉬튼(릴리 제임스)은 '이지'라는 필명으로 유명세를 탄 작가이고 당시 군인이자 상류층인 마크 레이놀즈(글렌 파월)로부터 청혼을 받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친오빠와도 같은 출판업자 시드니 스타크(매튜 구드)와 새롭게 쓸 글에 대해 구상하던 중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된다. 그 편지는 건지 섬에 살고 있는 농부 도시 애덤스(미힐 하위스만)로부터 온 편지였다. 그는 건지 섬의 폐허가 된 책방에서 줄리엣이 오래전 중고로 판 찰스 램의 을 갖고 오게 되는데, 책의 안쪽에 적힌 줄리엣의 집 주소로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 한 통의 편지를 계기로 줄리엣은 도시와 .. 2021. 1. 23. 이전 1 ··· 30 31 32 33 34 3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