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92 < 그랬다고 적었다 > 김애란, 2026 돈 때문에 또 밥 때문에 시무룩하게 발밑을 보는 눈과 그럼에도 이따금 먼 데를 보는 인간의 눈을 생각한다. 둘 사이가 만든 삶의 너비,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나 또한 그곳에서 글을 쓰다 어느 순간 마흔 넘은 작가가 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운좋게 창작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가끔은 내 부모가 이해 못 할 문장을 꾸리며. 또 어느 땐 '그럴 리야 없겠지만, 아직 송금하지 않으셨다면' 이라는 메일도 쓰며. (...) 나 또한 종종 밥과 꿈 사이에서 불안해하곤 한다. 하나에 집중하다 다른 하나를 잃을까봐. 심지어 둘 다 잃게 될까봐. 그런데 만약 이게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면, 흔히 말하듯 어떤 균형이란 걸 맞춰볼 수 있다면 그럴 때 가장 적절한 비율은 얼마일까? 5대 5일까? 7대 3일.. 2026. 10. 27. < 당신은 설명서도 읽지 않고 인생을 살고 있다 > 꼬몽디, 2024 (eBook) 인생의 성공을 이룰 수 있는 지식이 있다고 생각해 봐. 어떤 두 사람에게 같은 정보를 전달해줬을 때 누군가는 목표를 이루고 누군가는 이루지 못하지.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바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나'라는 객체에 있어. (...) 현대 사회는 디지털 시대고 돈을 벌고 행복을 일구는 지식들은 온라인 공간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에, 사실 그저 주워오기만 하면 되거든. 그러니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보를 얻는 게 아니고, 나를 바꾸는 일이야. 따라서 뭔가 인생이 안 풀리고, 이 길이 아니다 싶을 땐 네가 지나온 생각의 언저리에서만 답을 찾지 말고 미로의 좀 더 먼 곳, 심층적인 곳, 네가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던 가치들, 가치관들, 행동들부터 하나둘씩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 2026. 7. 22. <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 > 버지니아 사티어, 1988 가정생활은 빙하에 비유할 수 있다. 대부분 사람은 실제 진행되고 있는 일의 10분의 1도 알지 못한다. 겉으로 보이고 들리는 게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양육적인 가정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일부러 나쁜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녀 중 누군가가 파괴적인 행동을 보인다면, 어떤 오해가 발생했거나 자존감이 위험스러울 정도로 낮아진 상태라는 걸 이해한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남들에게서도 소중한 사람으로 대접받을 때 비로소 학습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기에 자녀를 다그치거나 궁지로 몰지 않는다. 수치심을 주거나 처벌을 통해 행동을 교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한 흉터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안다. (...) 양육적인 가정의 부모는 인생에는 으레 문제가 따른다는 사실을 .. 2026. 6. 22. < 꽤 낙천적인 아이 > 원소윤, 2025 학교 도서관에 있을 때는 마음이 편했다. 도서관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으면 열린 창틈으로 축구공이 펑펑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작 창 하나를 두고 안팎의 분위기가 이렇게나 다르다니 신비롭기도 했다. 창틀에 팔을 올려 턱을 괴고 하늘을 보고 있으면 축구공이 떠올라 공중에 머물렀다가 하강하는 포물선을 볼 수 있었다. 정숙을 유지해야 하는 도서관의 규율이 나를 정당화해 주었다. 나는 친구들과 있을 때 딱히 할 말이 없었는데 도서관에서는 나의 침묵에 관해 해명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누군가 내게 말을 걸지 않아도 외롭지 않았다. 어차피 도서관에서는 누구도 누구에게 말을 걸어선 안 되는 법이니. 적어도 도서관에서만큼은 말없이 홀로 있는 나의 방식이 옳았다. 나는 소파에 다리 꼬고 앉아 발목을 까딱이며 책을.. 2026. 6. 19. < 이반 일리치의 죽음 > 레프 톨스토이, 1886 (eBook) 이반 일리치는 흔한 말로 르 피닉스 들 라 파미유였다. 첫째처럼 너무 냉정하거나 꼼꼼하지도, 셋째처럼 너무 절망적이지도 않았다. 둘의 중간쯤 되는 똑똑하고 활기차고 유쾌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그는 동생과 함께 법률 학교에 다녔다. 동생은 끝내 졸업하지 못하고 5학년 때 제명되었지만 이반 일리치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법률 학교 시절부터 이미 유능하고 명랑하고 상냥하고 사교적이었으며, 의무로 여기는 일은 철저히 이행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성격은 이후에도 평생 변함없었다. 그가 생각하는 의무란 맨 윗사람들이 그렇다고 여기는 모든 것이었다. 어렸을 때도, 다 자랐을 때도 아첨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아주 젊은 시절부터 마치 빛을 쫓는 하루살이처럼 사교계의 가장 높은 사람들에게 이끌리고, 스스로 그들의.. 2026. 6. 17. 이전 1 2 3 4 ··· 3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