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79 < 대도시의 사랑법 > 박상영, 2019 (eBook) 수술을 마친 후 엄마는 복부에 피 주머니와 관을 줄줄이 꽂고서도 새벽 다섯시에 득달같이 일어나 침대에 앉았다. 협탁에 촛불을 켜놓고 30분이 넘도록 손을 모아 기도를 했다. 배며 다리가 접히는게 환부의 회복에 좋을 리 없는데도 구태여 그런 습관을 반복했다. 기도를 마친 후에는 침대의 식탁을 펴놓고 하루에 몇 장씩 성경 구절을 써내려갔다. 나는 그녀의 집요한 피랏가 구도자의 고행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본의 아니게 일어난 불행에 대해 울고불고 난리를 치고 머리를 쥐어뜯고 소리를 지르는 대신 모나미 볼펜으로 공책에 꾹꾹 성경을 눌러쓰는 방식을 택한 것이겠지. 마취조차 거부했던 엄마에게는 그것이 유일한 삶의 방편이었기에 그녀의 필사는 일종의 호흡처럼 느껴졌다. 들숨에 한 글자, 날숨에 한 글자. 어쩌면 .. 2026. 2. 10. 런던 영국 국립 도서관 (The British Library) 주소 : 96 Euston Rd., London NW1 2DB (King's Cross 역 바로 옆에 위치)운영시간 : 매일 오전 9시 30분 ~ 오후 8시, 주말은 상이함열람실 이용 시 Reader Pass를 미리 발급받아야 한다. (무료) 화장실 무료 이용 가능, 와이파이 무료 이용 가능 우리가 흔히 부르는 대영박물관의 원래 이름은 'The British Museum'이다. 위대하다는 의미의 'Great' 단어가 들어있지는 않지만 예전부터 그렇게 불러왔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이 도서관도 대영도서관이라고 불러야 한다. 실제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대영도서관이 공식 명칭처럼 쓰이는 것 같기도 한데 나는 그냥 영국 국립 도서관으로 칭하기로 정했다. 참고로 구글 맵에는 더 심플하게 '영국.. 2026. 1. 27. < 서민의 고전을 읽어드립니다 > 서민, 2023 실수는 진솔한 말 대신 겉치장을 하려 할 때 발생하는 법이다. 남자끼리 있는 게 재미없는 이유는, 그들이 서로의 말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 여성들은 상대의 작은 변화에도 관심을 갖고,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준다. 이 과정에서 과하다 싶을만큼 리액션이 뒤따른다. 말하는 사람이 흥이 날 수밖에. 하지만 남자들의 경우는 이와는 다르다. (...)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나'. 그들은 서로 자기 말을 들어 달라고 애원하다시피 하지만, 들어주는 이는 없다. 다른 이의 고민에 대해 '뭐 저런 거 가지고 난리야'라고 생각하며, 리액션이 없거나 냉소적인 웃음이 고작이다. 이러니 말하는 이도 괜히 말을 꺼냈다고 후회하고, 웬만큼 큰일이 아니면 말을 꺼내지 않으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이 .. 2026. 1. 20. < 이적의 단어들 > 이적, 2023 (eBook) 지혜 아이들과 살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 전하고자 하는 지혜란 고작해야 '짜파게티를 끓일 때 마지막 물양 잘 맞추기' 같은 것이 아닐까? 미리 얘기해봐야 직접 해보지 전엔 별 도움이 안 된다. 먼저 얘기해주지 않아도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자기에게 딱 맞는 물의 양을 스스로 찾기 마련이다. 뭐, 전쟁을 막고 전 인류가 평화롭게 지내는 방법 정도 되면 좀 다른 수준의 지혜라 할 수 있겠지만, 그런 건 어떤 세대도 몰랐던 것 같고. 홍어 홍어 명인이 물었다. "남도에선 큰 집안일이 있을 때 홍어를 상에 올리는데,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잔칫집 홍어와 상갓집 홍어의 차이를 아십니까?" "글쎄요. 맛이 다른가요? 분위기 탓일까요?" "잔칫집 홍어는 미리 날을 받.. 2026. 1. 14. < 완벽한 하루를 꿈꾸는 허술한 우리 > 정은표, 김하얀, 2024 우리 집은 '아침에 행복하자'가 나름 삶의 목표 중 하나인데요, 행복하게 사는 게 인생의 목표인 저와 아내가 행복의 시작점은 아침이 아닐까 생각해서 그렇게 정했습니다. 아침에 행복하면 하루 종일 행복할 수 있지만 아침에 기분이 조금이라도 상하면 하루 종일 행복할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아침에 각자가 기울이는 노력들이 있습니다. 엄마 아빠는 화내는 걸 최대한 자제합니다. 사실 아침엔 불화가 생길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지요. 특히 집에 초등학생이 있으면 더 그렇습니다. 피곤한 아이 잠 깨우는 일, 준비물 챙기는 일, 밥 먹는 거, 세수하는 거 등등 일일히 나열하기가 힘들 정도지요. 하지만 아이는 미리미리 자기가 할 일을 알아서 챙기고, 엄마 아빠는 조그만 실수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여유 있.. 2025. 12. 30. 이전 1 2 3 4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