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만약 공부 컨설턴트를 한다면 공부야말로 '신속, 간단, 효율' 의 3박자를 맞추어야만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공부를 하는가는 광범위한 지식을 축적해야 하는 청소년기 학생들에게는 앞으로 다가올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따라서 공부를 하기 전에는 항상 어떻게 하면 시간 낭비를 하지 않고 공부할 것인가를 물어보아야 한다.
<p.84>
노벨상 수상자인 커트 고델은 "수학이란 순수 논리를 단어의 치장 없이 나타내는 언어다" 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수학이란 철학적 생각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전문 용어인 것이다. 데카르트를 읽으며 수학을 더 이상 지겨운 수리와 법칙으로 보지 않고 논리 철학의 가장 뛰어난 발명품으로 보는 눈을 갖게 되자 철학과 수학의 호환성이 대단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p.91>
앞에 써 놓은 하이데거의 발언처럼, 출제자들은 대부분 문제 출제 전에 정답을 먼저 생각한다. 따라서 문제부터 읽고 정답을 찾으면 혼동되는 대목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다. 만약에 정답이 많아 보이면 답을 하나 읽고 문제를 읽는 방법으로 각 답의 문항을 되풀이해 문제와 함께 읽어보면서 '이 답에서 이 문제가 나올 수 있을까?' 라고 거꾸로 질문해 보면 찍기가 쉬워진다.
<p.124>
자녀에게 가장 적합한 공부 방법을 찾으려면 무엇보다도 내 자식을 하루 종일 공부에 붙들어 매두어야 안심이라는 생각에서도 벗어나셔야 합니다. 오히려 내 자식을 어떻게 하면 힘 안 들이고 빨리 배우게 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가장 좋은 교육 방법은 적응력과 탄력이 있는 방법인데, 이러한 교육 방법을 이해하기 위해서 부모님들께서는 자녀들을 공부하라며 무조건 붙들어 두실 것이 아니라 공부기술의 원리를 알아내는 교육학자가 되려고 노력하셔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부모님이 자녀의 장래를 미리 알아서 정하지 마셔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서열을 중요시해 등수 매기기를 좋아합니다. 그 때문에 많은 부모님들이 역사학 교수가 적격인 자녀도 공불르 잘하면 무조건 서울 법대에 보내고 싶어 하며 불문학에 흥미가 있어도 커트라인이 더 높다는 이유로 영문학과로 진학시킵니다. 부모님이 미리 자녀의 장래를 정하시면 자녀 자신은 인생에 대한 확실한 목표를 세울 수 없습니다. (...)
학자가 아닌 일반인에게 공부는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인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부모님께서 먼저 하실 때 자녀 교육에 성공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다행히도 학교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자녀 스스로 선택한 공부 방식을 인정해 주시는 부모님을 만나 스스로 공부기술을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p.172>
앞 장의 스트레스를 지배하라는 글에서 말했듯이 스트레스는 학생들이 시험을 최상의 컨디션에서 볼 수 없게 만드는 위험요소입니다. 불행하게도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으신 우리나라의 부모님들은 자녀의 시험을 방해하는 스트레스를 덜어 주기보다 자기도 모르게 더 얹어 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이 얼마나 고생스럽게 나를 공부시키는지를 너무나 잘 아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부모님의 실망과 흥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 때문에 시험에 생사를 가르는 결투자세로 임합니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하라는 말이 있듯이 공부는 심각한 자세로 해도 시험은 가벼운 기분으로 보아야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시험 점수는 학생이 가진 여러 가지 지식 중 단 한 가지를, 그것도 대강 측정하는 이상의 기능이 없습니다. 전교 1등이 1등 인간이며 전교 2등은 그보다 못하다고 믿는 인식은 선진국의 문턱에 선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통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험 기관인 ETS (Educational Testing Services)는 학생의 실력에 관계없이 비슷한 수준의 시험에서 적게는 10퍼센트, 크게는 25퍼센트 정도의 점수가 오르락내리락한다는 통계를 발표했고, 등수도 상위 10퍼센트에 드는 학생이 같은 수준의 시험을 한 번 이상 치르면 등급이 위아래로 4퍼센트 정도 오르락내리락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시험은 전체 학생 중에서 학생의 실력이 상급인지, 중급인지 정도를 잴 수 있을 뿐 한 학생의 진짜 실력이 1등이다, 5등이다, 10등이다 하고 잴 수는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발표입니다. 어릴 때부터 정확하게 자녀의 특성을 파악해 인생 목표를 어느 정도 정해두면 원하는 목표를 당성하는 경로를 만들 수 있고 경로를 따라가기 위해 어느 과목에서 어느 등급의 점수가 필요한지를 미리 알게 됩니다. 그래서 최고 점수를 받지 못해도 인생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공부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을 자녀에게 심어주실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공부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을 갖지 않으면 학생은 시험을 통해 자신의 모든 가치가 평가된다고 생각하게 돼 성적에 매달려 쓸데없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됩니다.
자녀가 부모님께서 시험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을 갖고 있음을 알고 있을 때, 자녀의 시험 스트레스는 확연히 줄어들어 시험을 더 잘 보게 됩니다. 그리고 자녀의 시험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부모님들께서는 자녀의 낮은 시험 점수에 흥분해서 언성을 높이거나 화를 내셔서는 안 됩니다.
<p.177>
여러 가지로 논란도 많은 인물이지만 작가가 20대 초반에 써서 당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라고 하니 궁금해서 읽어볼 수밖에 없었다. 비록 입시와 학교 공부로부터 멀어진 지는 오래되었지만 나도 학생 때부터 공부 방법과 기술 등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이 작가는 공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공부해 왔을까 궁금했다. 내가 느낀 바로는 이 책은 전체적으로 자기 생각에 대한 자신감이 강하게 드러나고 또 여러 자기 자랑이 섞여 있는 책이다. 이런 특유의 자기 계발서식 문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칠색 팔색 하겠지만 이 책을 쓸 당시 작가의 나이가 20대 초반이었다는 점과 이 책의 주 독자층이 청소년들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래도 꽤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돌이켜 보면 나도 청소년 때 이런 종류의 자서전을 읽고는 '우와, 멋지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같은 생각을 많이 했으니 말이다. 자기 확신이 부족하고 늘 불안에 시달리는 청소년 시기에는 어쩌면 이렇게 자신감 가득한 책들이 오히려 더 위안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에서 작가는 자신이 공부를 한 경험과 공부에 대한 자신의 생각,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여러 기술을 소개한다. 그러나 나는 궁극적으로 이 책을 통해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공부는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인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거쳐가야 하는 과정에 불과하다'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목에서 공부라는 말에 '기술'이라는 특정 단어를 사용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개 공부를 그 자체로서 매우 중요하고 대단한 것으로 여기기에 공부를 기술이라고 칭하는 것은 일종의 공부의 격을 낮추는 행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공부기술이라는 단어가 왠지 모르게 썩 유쾌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 또한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공부는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라는 생각을 가졌는데 이 생각은 그 이후 계속 공부를 해야 했던 시기에 나의 멘탈을 부여잡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가 이 생각을 처음 갖게 된 건 공부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공부는 도대체 왜 하는 걸까?'라는 질문이었다. 열심히 외우고 공부해도 중간고사, 기말고사 끝나고 하루 이틀만 지나면 까맣게 잊어버리고 마는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물리와 화학, 미적분을 열심히 공부해도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이 지식을 쓸 일이 전혀 없을 텐데?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이따금씩 내게 좌절과 허무를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내가 항공기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되고 이걸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대입이라는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를 먼저 이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공부는 내게 수단이 되었다. 그전까지 내게 공부는 앞서 얘기했듯이 뭐랄까 그 자체로서 신성하고, 공부가 곧 '나'의 전부이자 나를 나타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쨌든 나와 비슷한 또래들이 매일 같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하는 행위였고 아직 10대였던 내게는 그것이 인생의 업이자 전부인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공부를 수단이자 일종의 기술로 격하시킨 뒤에 나는 공부를 차가운 이성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공부를 일종의 업무처럼 생각했다. 전체 계획과 세부 계획을 세우고 업무량과 목표량을 설정하고 효율과 비효율을 따졌다. 또 나를 분석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는데 예를 들어 나의 성격과 장단점, 생활패턴과 생체리듬, 나의 한계와 스트레스 관리 등을 곰곰이 생각하고 공부와 연계시키는 것이 공부의 효율을 올려주었다. 고등학교 성적은 빠르게 올랐고 대학교에서는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고등학생 때는 시간, 자원, 자기 관리가 어느 정도 주어진 환경에서 공부만 하면 되지만 대학교는 그 모든 관리를 본인이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그 와중에 성적도 신경 써야 했기 때문에 고등학생 때부터 고민해 온 효율적인 공부법은 대학교에서 최소 시간을 들여 최대 효과를 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단점도 있었다. 이렇게 공부를 수단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성적을 올리는 데에만 도움이 된다. 어떤 지식을 충분히 알고 이해했으며 실제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써의 공부와는 크게 다르다. 그래서 대학교 때는 이런 점 때문에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대학생이 되어 전공 공부를 하면 해당 전공 분야에 대해 정말 잘 아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 와중에도 시험을 위한 공부, 성적을 위한 공부, 효율만을 중시하는 공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성적도 챙기고 장학금도 챙기지 않았어?라고 묻는다면, '그래, 맞아, 공부는 수단에 불과하니까...'라고 답하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왠지 모를 씁쓸함은 남아 있다. 어쩌면 이런 태도가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걸지도 모른다. 한 명의 지식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부와 앎 그 자체에 목표를 두는 것이 맞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때의 나에게 편이 되어주고 싶다. 냉혹한 현실과 무한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순수한 호기심과 지성에 대한 추구는 한편에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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