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미국이다.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화목한 가정에서 살던 10대 소년이다. 그의 아버지 프랭크 애버그네일(크리스토퍼 월켄)은 수완이 뛰어나고 사기에 능한 사람이었는데, 그의 사업 실패로 인해 가족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 결국 프랭크의 아버지와 어머니인 폴라 애버그네일(나탈리 베이)은 이혼을 결심하게 되고, 그 충격으로 프랭크는 아버지가 생일 선물로 준 25달러가 들어 있는 계좌의 수표책만 챙겨 가출을 한다.

여관을 전전하면서 먹고사는 데에 어려움을 느낀 프랭크는 수표책을 이용해 위조 수표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 나이도 10대 후반인 데다가 직업도 없는 그가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당시 미국의 대형 항공사였던 팬암 에어라인의 조종사가 여러 명의 승무원과 함께 공항을 걷는 모습을 보며 그는 팬암의 조종사를 사칭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특유의 잔꾀와 능청스러운 연기로 팬암의 부기장을 사칭하여 위조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는 것도 쉽게 성공한다.

팬암의 부기장이라는 직업과 위조 수표를 통해 모은 돈으로 파티를 벌이고 호화로운 삶을 살던 그는 우연한 기회로 들르게 된 병원에서 브렌다 스트롱(에이미 아담스)이라는 간호사를 만나게 된다. 그녀와의 첫 만남에 호감을 가진 프랭크는 자신의 직업을 외과 전문의라고 속이게 된다. 그리고 그에 맞게 학위를 위조하고 외과 의사를 다룬 TV 드라마를 보며 배경 지식을 얻어 결국 그 병원에 취직하게 된다. 진심으로 브렌다와 사랑에 빠진 그는 브렌다와의 약혼을 위한 브렌다 가족과의 만남에서 변호사인 장인어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이번에는 변호사라는 직업까지 사칭한다. 그는 자신이 사칭했던 다른 직업들과는 다르게 2주 남짓의 시간 동안 시험 준비를 해 진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이제 더 이상의 거짓말은 없이 브렌다와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의 위조 수표 범죄를 정부가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그 사이 프랭크의 위조 수표 범죄를 주의 깊게 쫓고 있던 FBI의 칼 핸래티(톰 행크스)는 프랭크가 남긴 단서들을 통해 그가 10대 후반의 나이이며 그간 조종사, 외과 전문의의 직업을 사칭하고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수사 범위를 좁혀 마침내 프랭크와 브렌다의 약혼식 날짜와 장소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를 잡기 위해 약혼식이 열리는 브렌다의 집으로 찾아가지만 바깥의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프랭크는 한 발 앞서 도망을 친다. 우여곡절 끝에 프랭크는 FBI의 촘촘한 수사망을 뚫고 미국을 벗어나게 되는데 최종적으로 그가 도착한 곳은 어머니의 고향인 프랑스의 시골 마을 몽샤드라는 곳이었다.

그곳에서의 그의 범죄는 더욱 대담해져 아예 인쇄소를 차려 유럽 전역에서 돈을 흥청망청 쓰면서 살고 있었다. 그러나 칼의 끊임없는 추적으로 결국 그는 프랑스에서 체포된다. 프랭크를 쫓는 동안 그의 위조 기술에 대해 눈여겨본 칼은 그를 프랑스의 감옥에서 미국으로 이송하고, 그에게 감옥살이 대신 FBI 소속이 되어 위조 수표 감별사 일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다. 그리고 프랭크는 그 제안을 받아들여 칼을 도와 위조 수표 감별에 큰 도움을 주며 남은 형기를 마친다.
이 영화 줄거리의 핵심을 이루는 프랭크의 사기 행각의 근원에는 상처 받은 10대 소년의 화목한 가정에 대한 갈망과 부모로부터의 인정이 있다. 그는 화목했던 부모의 이혼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었다는 생각에 가출한 뒤 위조 수표 범죄로 많은 돈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 돈으로 끊임없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기울인다. 돈만 있으면 다시 예전처럼 화목한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직업을 사칭해 아버지로부터의 인정을 얻고자 한다. 비록 거짓과 연기로 점철된 삶이지만 아버지와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 그는 만족을 느낀다. 그것은 부모로부터의 인정이 고픈 10대 철부지 소년의 모습이었다.
또한 프랭크는 브렌다의 가족을 만나러 간 자리에서 자신이 그토록 꿈꿔왔던 화목한 가정과 부모의 인정을 느끼게 된다. 저녁 식사 전 다 같이 기도를 하는 일이나 가족들이 옹기종기 소파에 앉아 TV에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등의 사소한 일상에서 그는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희망은 거짓말이라는 모래로 만들어진 성 위에 올려 놓은 조개껍질과도 같다. 프랭크는 이 모래성을 허물어 자신의 진짜 모습을 고백하고 새로 시작하고 싶은 속마음과 계속해서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현실 사이에 큰 괴리를 느낀다. 사랑에 빠진 그는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었지만 이미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은 것이다.
칼은 프랭크를 쫓는 과정에서 프랭크의 속마음을 알아차린다. 화목한 가정과 부모의 인정을 얻기 위해 시작된 작은 거짓말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덩이처럼 불어나 돌이킬 수 없는 큰 범죄가 되어 버린 현실에서 아직 어린 소년인 프랭크가 느낀 두려움과 외로움을 말이다. 수백만 달러의 금융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그를 직접 미국으로 이송해 FBI 소속의 위조 수표 감별사 자리를 제안한 이유는 그가 프랭크에게 일종의 연민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어딘가에 속하지 못하고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던 프랭크에게도 동료가 생기고 그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생긴 것은 분명 그가 바라던 열망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 영화가 나온 게 2003년이니 그 때부터 지금까지 나도 이 영화를 열 번은 넘게 본 것 같다. 이전까지는 프랭크가 위조 수표를 만들어 순식간에 부자가 되고 조종사와 의사 행세를 하며 남들 보기에 부러운 삶을 누리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쿨'하게 느껴져 그 재미로 영화를 봤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장면도 팬암 비행기 모델의 꼬리 날개에서 팬암 로고를 떼어 수십 장의 위조 수표를 만드는 장면과 여러 승무원을 데리고 택시에서 내리는 장면이었다. 분명 나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범죄조차 멋지게 보이게 한 것일까.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아버지와의 저녁 식사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팬암의 부기장 제복을 입고 아버지 앞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 허세를 부리는 소년의 모습과 그 소년에게는 영웅과도 같던 아버지가 점점 작아지는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 허세가 거짓이 아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프랭크의 아버지도 그를 진정으로 인정해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부모로부터 상처 받은 어린 소년이 거짓말을 하고 범죄를 저지르면서까지 "아빠 나 잘했죠?"라고 말하는 것 같이 느껴졌고, 화목한 가정과 경제적 여유를 잃은 아버지가 그런 아들을 보듬어 줄 능력조차 안 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이런 걸 보면 문득 나란 존재만으로도 당당하고 떳떳할 수 있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가족과 직업, 돈이 없는 상태에서도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게 아들 앞, 아버지 앞이라면 더욱 더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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