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청년들한테 도전 정신이 있어야 하는 거죠?"
"그러면 늙은이더러 도전 정신을 가지라고 하겠니?"
"도전 정신이 그렇게 좋은 거라면 젊은이고 나이 든 사람이고 할 것 없이 다 가져야지, 왜 청년들한테만 가지라고 하나요?"
"젊을 때는 잃을 게 없고, 뭘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으니까 그럴 때 여러 가지 기회를 다 노려봐야 한다는 얘기지. 그러다가 뭐가 되기라도 하면 대박이잖아."
"오히려 오륙십 대의 나이 든 사람이야말로 인생 저물어 가는데 잃을 거 없지 않나요. 젊은 사람들은 잃을 게 얼마나 많은데... 일례로 시간을 2, 3년만 잃어버리면 H 그룹 같은 데에서는 받아주지도 않잖아요. 나이 제한을 넘겼다면서."
"저는요. 젊은이들더러 도전하라는 말이 젊은 세대를 착취하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뭣 모르고 잘 속는 어린애들한테 이것저것 시켜봐서 되는지 안되는지 알아보고 되는 분야에는 기성세대들도 뛰어들겠다는 거 아닌가요? 도전이라는 게 그렇게 수지맞는 장사라면 왜 그 일을 청년의 특권이라면서 양보합니까? 척 보기에도 승률이 희박해 보이니까 자기들은 안 하고 청년의 패기 운운하는 거잖아요."
"이름이 뭐랬지? 넌 우리 회사 오면 안 되겠다."
"거 봐, 아까는 도전하라고 훈계하더니 내가 막상 도전하니까 안 받아 주잖아."
<p.26>
대단치도 않은 눈앞의 과실을 따기 위해 온 힘을 쏟다 보면 그만큼 생각의 폭이나 인물의 그릇이 잘아지게 된다.
<p.29>
민주 시대의 사람들이 고매한 야심을 갖지 못하는 주된 원인을 그들의 재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재산을 늘리기 위해 너무 격렬하게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얼마 되지 않는 결과를 성취하기 위해 자신들의 재능을 최대한으로 동원하는데, 이것은 그들의 시야를 급속히 제한시킬 수밖에 없고 그들의 영향력 또한 줄어든다.
- <미국의 민주주의>, A. 토크빌
<p.66>
인간의 가치 하락은 인간이 하등의 항의도 없이 그것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생긴다.
- 버나드 맬러머드
<p.151>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데도 정치를 이용한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이 아닌지를 알 때만, 아니 자신의 적수가 누구인지를 알 때만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된다.
- <문명의 충돌>, 새뮤얼 헌팅턴
<p.250>
장편소설을 쓰는 작업은 마라톤 풀코스 완주와 비슷했다. 처음 시작할 때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고 자신이 없었던 게 그랬고, 매번 3분의 1 지점에서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하고 마음이 흔들리는 게 그랬다. 내가 장담할 수 있는 게 두 가지 있다. '계속 쓰다 보면 끝까지 쓸 수 있다'는 것과 '계속 쓰면 점점 나아진다'는 것이다. 3분의 2 지점을 통과하면 그다음부터는 저절로 끝까지 가게 된다는 점도 글쓰기와 마라톤의 공통점이다.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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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다. 10년 전 이 책을 쓸 당시의 장강명 작가는 지금보다 더 젊고 어렸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당시의 청춘과 그 세대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시선과 어떠한 감정 같은 것이 잘 드러나는 듯하다. 그리고 그 시선과 감정에 나도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이 책이 쓰였던 때보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2021년이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과 묘한 감정을 느낀 이유는 그 때나 지금이나 나를 포함한 젊은 청춘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 세상은 더 혹독해지고 잔인해졌다. 진입장벽은 더 높고 두꺼워졌다. 지금 많은 청춘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허무한 시선과 비꼬는 듯한 태도는 진격의 거인을 앞에 두고 허세를 부리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과도 비슷할 것이다. 그리고 길을 걷다 불현듯 거인을 마주하게 된 데에는 인간의 잘못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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