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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은 내일이 올거야 > 이시다 이라, 2016

by Ditmars 2021. 1. 18.

<괜찮은 내일이 올거야, 이시다 이라, 2016>

 

 "그래, 초식남이라는 말도 있지만, 역시 우리 세대는 멀리 있는 것을 동경하지 않게 되었어. 꿈꾸는 힘이 약해졌달까."

 "그게 무슨 말이지?"

 "내 손이 미치지 않을 것 같은 대상이면, 나는 필요 없어, 하고 쉽게 체념 하는 것이 버릇이 된 거죠. 애인, 원하지만 어려워요. 결혼, 포기합니다. 섹스도 마찬가지죠. 현실의 여자는 힘드니까 한 장에 몇 백 엔이면 빌릴 수 있는 디스크로 해결하는 겁니다."
 "그렇게 자기 생활을 고수하며 다른 것을 포기해버리면 적어도 생존은 할 수 있고 상처 받는 일도 없죠. 진심으로 바라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 원하던 자신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상처가 크거든요."

<p.106>

 

 차분하지만 대담한 말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조용히 앉아서 뭔가 커다란 힘을 감당해내고 있는 눈앞의 그녀에게 요스케는 호감을 느꼈다. 사람은 이런 경험을 쌓으면서 명확한 윤곽을 갖게 되는지 모른다. 커다란 슬픔을 알지 못하는 자신이 나약한 것은 당연하다 싶었다.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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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약직 신분의 네 사람이 같은 날 해고 통보를 받는다. 나이와 학력이 비슷하고 평범한 요즘 세대의 청춘들이다. 당장 할 일이 없어진 그들은 600km 거리의 도쿄까지 걷기 시작한다. 처음의 목표는 걸어서 도쿄에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네 사람의 걸음에 시선이 닿고 관심이 몰리면서 그들은 어쩌다 청춘과 비정규직 세대를 상징하는 '오리지널 포'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무리까지 생기며 네 사람의 걸음은 '내일의 행진'이 되어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를 띠는 운동으로 바뀌게 된다.

 

 개성이 강한 네 사람이 며칠 동안 꽤나 먼 거리를 함께 걷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여행의 안에서 그들은 각기 다른 자신의 환경 속에서 겪는 요즘 세대의 현실과 불안함을 나누며 조금씩 돈독한 우정을 쌓는다. 이 행진의 끝에서 네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건 극적인 결말이 아니라 평범하고 뻔한 현실이다. 뻔한 관료주의적 행정 절차와 정치 세력과의 보여주기 식 만남, 계산기들 두드리는 이익단체들, 자기들 사정에 맞게 프레임을 씌워 내보내는 방송 매체까지. 그러나 사실 그들은 큰 의미 없이 계속 걸었을 뿐이다. 마치 포레스트 검프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무 이유 없이 계속해서 뛰었듯이.

 

 때로는 의도되지 않은 행동이 의도된 행동보다 더 의도적인 결과를 이끌기도 한다. 이것이 무엇보다 강력한 내적 동기와 순수한 마음의 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