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는 갑자기 찾아오지. 기회와 마찬가지로."
"위기도 그렇지."
<p.17>
전자책을 구매했다. 오래전부터 궁금했었는데 입사 만 10년을 맞이하여 생각 없이 질러버렸다. 사실 질러버렸다고 표현하기에 그리 큰 금액은 아니긴 하지만. 중국에서부터 배송이 시작되어 현관문 앞에 도착할 때까지 오랜만에 마음이 설레었다. 기다리던 전자책이 도착하고 초기 설정을 하고 밀리의 서재를 구독했다. 무슨 책을 처음으로 읽어볼까 고민하다 아직 전자책이 낯설기도 하고 최근 진지하게 책을 읽을 시간이 많지 않아 쉽고 재미있는 일본 소설을 읽기로 했다. 그래서 생각난 책이 이 책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일본 소설에 한창 빠져 있던 고등학생 때 이미 많이 읽었다. 그때 이후로는 한동안 일본 소설에 조금 시들해져 가장 최근에 읽은 그의 소설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인 듯하다. 이 책마저 꽤 오래전에 발간된 책이긴 하지만. 오랜만에 그의 소설을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이 책이 페이커의 독서 리스트에 있는 책들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며칠 전 우연히 유퀴즈를 봤는데 게스트로 페이커가 나왔다. 롤을 할 줄도 모르고 보지도 않지만 롤이라는 게임이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그 게임의 세계 1위가 페이커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전까지 그저 유명한 프로게이머로 알고 있었던 그가 독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그 예능을 통해서였다. 취미가 독서라고 밝히는 건 왠지 모르게 쉽지 않은 일인데(?) 방송에서 당당히 책 얘기를 하고 그의 말들에서도 진중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어 호감이 갔다. 그리고 그때 그의 독서 리스트가 잠깐 화면에 나왔는데 그중에 이 책이 있었던 게 생각난 것이다. 전자책에 적응할 겸 읽기에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이야기만 잠깐 하고 끝내자면 이 책은 하쿠바 산장에서 일어난 밀실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어권 국가에서 오래전부터 아이들을 위한 시나 노래로 쓰인 마더 구스(Mother Goose)를 실마리로 암호를 해독하여 범인을 추적하는 추리 소설이다. 마더 구스가 도대체 뭐지 싶었는데 'Humpty Dumpty sat on a wall', '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Old Macdonald had a farm' 같은 동요였다. 하쿠바 산장의 7개의 방마다 각기 다른 마더 구스가 적혀 있는데 이를 토대로 산장에 숨겨진 비밀을 발견하는 내용이다. 살인 사건을 다루고는 있지만 무섭거나 무거운 소설은 아니다. 내 기억으로는 그의 전작들 중에서는 읽으면서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 추리 소설도 많았던 것 같은데 이 책은 오히려 슬픈 느낌이 들었다. 무서운 추리 소설보다 부드러운(?) 추리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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