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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도서관 (State Library of New South Wales)

by Ditmars 2024. 6. 19.

도서관 전경

 

  • 주소 : 1 Shakespeare Pl, Sydney NSW 2000 (서큘러 키 역에서 남쪽으로 조금만 걸어 내려오면 찾을 수 있음)
  • 운영시간 : 평일 오전 9시 ~ 오후 8시, 주말 오전 10시 ~ 오후 5시
  • 열람실 무료 이용 가능, 화장실 무료 이용 가능, 와이파이 무료 이용 가능

 

도서관 지도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도서관은 호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두 개의 건물이 이어져 있는 형태인데 각 건물마다 열람실이 있다. 하나는 Mitchell Building 1층에 있는 Mitchell Library Reading Room이고, 다른 하나는 Macquarie St Buliding 지하 1층과 지하 2층에 있는 Gov. Marie Bashir Reading Room이다. 

 

Gov. Marie Bashir Reading Room

 

 처음으로 간 곳은 Macquarie St Buliding이었다. 1층에 있는 기념품샵과 카페는 마치 내가 도서관이 아니라 미술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하였다. 그곳을 지나 계단을 내려가면 위의 사진과 같은 젊은 느낌의 열람실이 나온다. 사진은 지하 1층의 일부이며 반대편으로도 많은 책상들이 있다. 참고로 노트북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콘센트의 전압을 바꿔 줄 컨버터가 필요하다.

 

도서관 2층의 갤러리

 

 Mitchell Building과 연결되어 있는 2층의 다리를 건너려고 하는데 마침 그 곳의 갤러리에서 World Press Photo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사진을 보며 대학생 때 보도사진전과 퓰리처상 사진전을 처음 보러 가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시 만난 보도사진들은 10년 전의 세상과 지금의 세상이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Mitchell Library Reading Room

 

 갤러리 구경을 마치고 다리를 건너 다시 1층으로 내려 오면 위의 사진과 같이 웅장한 열람실이 나온다.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 나 역시 한 곳에 앉아 글도 쓰고 책도 읽었다.

 

 외국의 도서관을 다니며 느낀 점 중에 하나는 많은 도서관들이 나의 관점에서 봤을 때 비효율적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공간이 지나치게 넓다. 층고도 높다. 그에 비해 책상과 의자의 개수는 적다. 책상에 앉아 있으면 내 모습도 주변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나도 주변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내가 여태 다녔던 우리나라 도서관 열람실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도서관과 공부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다르기 때문인 듯 하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도서관의 이미지는 공부하기 위한 장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책상과 심지어 집중하라고 만들어놓은 칸막이로 책상의 사방이 막혀 있는 모습은 수험생이 아니면 도서관에 갈 이유가 없게 만든다. 반면에 외국의 도서관은 독서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사색의 공간에 가깝다. 공부를 하더라도 지식을 외우고 주어진 문제를 푸는 혼자만의 공부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여럿이 함께 하는 공부를 위한 공간 같다. 또한 외국의 많은 도서관들이 유명한 명소가 되어 누구나 입장이 가능하다는 점도 특이한 점 중에 하나다. 도서관이라고 하면 조용해야 할 것만 같고 도서관 이용 목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폐쇄적이고 닫혀 있는 공간일 것만 같은데 외국의 도서관은 오히려 외부 사람들을 반기며 그 누구나 쉽게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런 점도 공부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결국 이런 공간의 차이가 생각의 차이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폐쇄적인 공간으로 설계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도서관에서는 자신이 공부하는 것, 자신의 책에 쓰여 있는 정답 외에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다른 사람의 생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모두가 모인 도서관에서조차 타인의 존재를 최대한 지우고 자기 혼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공간이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나 들어와서 구경만 하고 간다던지, 잠시 앉아 가만히 생각하고 갈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설계된 외국의 도서관에서는 혼자서 책만 들여다보는 공부를 하기 쉽지 않다. 자연스레 다른 사람들에게 눈이 가고, 그들의 모습을 인식하게 되고, 하나의 생각에만 머무르지 않게 된다. 물론 하나의 책상에 앉아도 각자의 공부를 하고 있겠지만 내가 하는 공부에서의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런 점이 외국 도서관의 매력인 것 같다. 만약 외국의 도서관이 우리나라와 같이 칸막이가 있는 똑같은 모양의 책상과 의자가 빼곡하게 있는 공간이었다면 굳이 가 볼 이유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