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한 상태에서 아이에게 야단을 치게 되면 말투가 격해지거나 빈정거리는 투가 되거나 혹은 언성을 높이게 된다. 최악의 경우 회초리를 들게 되는데 그러한 방법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를 야단칠 때는 감정을 배제하고 차분하게 말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감정적이 된 엄마에게 "그렇게 흥분하지 마세요"라고 하면 대개의 경우 "흥분하지 않았어요! 주의를 주고 있는 것뿐이에요!"라면서 감정적으로 대꾸한다. 감정적이 되었을 때는 스스로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타인에게 지적받아도 인정하기 어려운 법이다.
<p.74>
처음에는 아이를 인정해주는 말을 하고 그다음에 아이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이 올바른 육아법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아이가 깜짝 놀랄 만큼 변하는 경험을 해다는 엄마를 주변에서 여러 명 보았다.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하는 엄마가 있다면 "아휴, 정말!"이라고 말하지 않는 습관부터 먼저 들여보자. 그것만으로도 아이는 아주 크게 바뀔 것이다.
<p.96>
엄마는 "이거 하고 싶다"거나 "저거 하고 싶다"와 같은 아이의 별 것 아닌 소원조차 "안 돼"라고 금지하기 쉽다. 사실 아이들은 아주 조금 허락해주거나 해보게 하기만 해도 두 번 다시 조르지 않는다. 금지할 때는 그렇게 울어대서 난처하게 만들더니 아주 조금 허락했는데도 아이는 거짓말처럼 얌전해진다.
<p.103>
어른과 달리 작은 희망조차 채워지지 않는 아이
아이의 일상을 떠올려보면 어른에 비해 얼마나 정말 별거 아닌 작은 희망조차 채워지지 않는지 알 수 있다. 어른은 길을 가다가도 '서점에 들었다 가야지'라는 생각이 들면 들르고 싶을 때 언제든 들를 수 있다. '5분만 있어야지'라고 생각한다면 5분 동안, 30분 동안 책을 읽고 싶다면 30분 동안 머물 수 있다. 어른은 자신의 희망을 이처럼 모두 스스로 이룰 수 있다.
집에서 목이 마르면 냉장고를 열고 물이든 음료수든 좋아하는 것을 마신다. 밥을 더 먹는 것도 자유다. 이런 작은 희망을 스스로의 힘으로 이룰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은 끊임없이 채워진다.
그런데 아이는 어떨까. 서점에 들르고 싶어도 "안 돼"라는 말을 듣고, 놀이터에서 좀 더 놀고 싶어도 "안돼. 이제 그만"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주스를 더 마시고 싶다고 해도 "배부르면 밥 못 먹게 되니까 안 돼"라고 거절당하기 일쑤다. 어른이라면 매사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고 있는 사소한 수준의 희망조차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조금 채워지기만 해도 만족하는데 말이다.
아이가 "주스 한 잔 더 주세요"라고 한다고 해서 컵 한가득 부어 줄 필요는 없다. "배가 꽉 찼으니 요만큼만 마셔"라며 조금만 부어주면 된다. "한 잔 더는 안 돼"라고 말하는 것과 '조금만이라도 마시게 하자'라는 것에는 아이의 만족도가 다르다. 이렇게 작은 희망조차 채워지지 않는다면 아이는 어려서부터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 잔 더'라는 아이의 요청에 찰랑거릴 정도로, 아이가 마시고 싶어 하는 만큼 부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른이라면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다들 그렇게 하니까 말이다.
<p.107>
사람에게는 '인내 주머니'와 '만족 주머니'가 있다. 인내 주머니에는 스트레스가 쌓이고 만족 주머니에는 만족감이 쌓인다. 만족 주머니가 가득 찼을 때는 인내 주머니가 조금 부풀어도 괜찮지만 만족 주머니 안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으면 약간의 스트레스가 찾아오기만 해도 인내 주머니의 끈이 쉽게 끊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부부관계도 마찬가지다. 평소 남편이 아내의 만족 주머니를 충분히 채워주고 있다면 가끔은 일방적인 요구를 해도 아내는 들어준다. 하지만 만족 주머니 내용물이 하나도 채워져 있지 않으면 인내 주머니의 끈이 쉽게 끊어져 별거 아닌 일에도 화를 낸다.
평소 아이의 작은 호기심을 채워주고, 들어줘도 아무 문제없는 작은 소원들은 많이 들어주도록 하자. 작은 만족감이 채워져서 아이의 만족 주머니가 가득 차게 되면 아이의 성격도 좋아진다.
<p.109>
아이를 키우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특별히 훈육이라고 할 만한 걸 한 기억이 없는데 아이가 달라진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작년까지는 그렇게 힘들었던 것이 올해는 저절로 사라지기도 한다. 그것이 성장이다.
<p.141>
누군가에게 한 달 전 고민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아마 대부분 생각나지 않을 것이다. 아마 한 달 전에는 작은 고민까지 포함해 수십 새의 걱정거리나 불안한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중 90% 이상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들이다. 일어나지 않은 고민은 한 달 후 떠올려보면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은 고민이었던 일이 예상대로 일어났지만 의외로 별거 아니었고 금방 해결되었다거나, 충분히 참을 수 있을 정도여서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실제 일어난 고민거리도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니 걱정은 미리 할 것이 아니라 생기고 난 뒤에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p.157>
무슨 일이든 '별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하자
아이를 키우다 보면 매일 많은 일들이 생긴다. 아이가 오줌을 싸거나, 우유를 엎지르거나, 말을 듣지 않거나 하는 등 크고 작은 일들을 매일 겪는다. 하지만 일일이 "아휴, 정말!"이라며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면 한이 없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모두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 생각하며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
정말로 그렇게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뿐이었다면 시험 삼아 '아휴, 정말'의 원인이 되었던 일들을 반이라도 적어보길 바란다. 막상 떠올리려고 하면 잘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그 하나하나는 하루만 지나도 떠오르지도 않을 정도의 별거 아닌 일들뿐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정말로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면 확실히 기억이 날 것이다. 하지만 대개는 생각나지 않는다. 어제 화가 나서 "아휴, 정말!"이라고 했던 것들 모두 지금 생각해보면 대수롭지 않거나 별거 아닌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화가 나서 "아, 정말!"이라고 말했던 일도 아마 내일 이맘때쯤이면 분명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내일 잊을 거라면 지금 잊으면 된다. 무슨 일이 생겨도 '이건 내일이 되면 이미 떠오르지도 않을 정도의 별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p.161>
지금 아들 키우기에 힘들어 한다면 20년, 30년 후의 당신을 한 번 상상해보라. 당신은 아이가 어릴 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옛날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충분히 즐기기를 바란다. 아이를 돌보며 아이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충분히 맛보고 아이에게 듬뿍 애정을 쏟아줌으로써 20년, 30년 후 전혀 후회하지 않는 당신이 되기를, 아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만큼은 만족감으로 가득 찬 당신이 되기를 바란다.
<p.188>
이 책의 작가는 2남 1녀의 아빠이자 23년 동안 남자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했다. 펼치면 육아법이 아니라 왠지 일본어 단어장일 것만 같은 귀여운 책 표지보다 더 내 이목을 끈 작가의 이력이다. 여태까지 남자 어린이집 교사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무려 23년 동안 어린이집 교사로 일했다니... 같은 남자의 입장에서 연봉 1억의 남자나 3대 500을 드는 남자보다 더 큰 경외심이 들었다.
처음에는 남자아이만의 육아법이라는 게 따로 있을까 싶었다. 오히려 육아에서 남자아이와 여자 아이를 구분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니 작가의 의도가 남자아이와 여자 아이의 구분이 아니라 남자아이에 대한 이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에서 작가는 아래와 같이 남자아이의 특징을 설명했다.
첫째, 무엇이든 움직이는 게 좋다. 움직이는 것에 끌린다. 그래서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시도 때도 없이 돌아다닌다. 움직이는 것에 열광한다.
둘째, 모험적인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높은 곳에 올라간다. 위험한 행동을 한다. 아무 데나 들어가고, 숨는다.
셋째, 자기 손으로 물건을 들어 옮기거나 소리 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길에서 주운 막대기로 쾅쾅 두들긴다. 일부러 물웅덩이에 들어가 첨벙거린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마구 누른다. 기계류를 좋아한다.
넷째,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하지 않고는 못 견딘다. 나중 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방금 야단맞은 행동을 또 반복한다. 위험하다는 걸 알아도 한다.
다섯째, 거칠고 파괴적인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폭력적인 특수효과나 애니메이션, 격투기를 좋아한다. 다른 아이가 쌓아놓은 블록을 쓰러뜨린다. 싸움 중에 폭력을 쓴다.
여섯째, 더러운 걸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옷이 더러워져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아무렇지 않게 흙을 손으로 만진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후 손을 씻지 않는다.
남자아이를 키우는 아빠 입장에서 많은 부분 공감이 되었다. 요즘 세 살 아들의 행동을 보면 '나도 어렸을 때 저랬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희미한 웃음을 짓게 된다. 말도 못 하고 자기표현도 못 했던 한 살, 두 살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다. 반면에 아내는 아들의 행동에 깜짝 놀라거나 어이없어하는 경우가 많다. 예측하지 못한 엉뚱한 행동을 하거나 주변 상황이 어떻건 자기의 목적만을 위해 집중하는 모습들에서 주로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아빠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지'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이 엄마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그럴 수 있지?'가 된다. 아빠에겐 자신의 유년 시절 경험에 의해 무의식 중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일들이 엄마에겐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엄마에게도 남자아이라는 존재는 이렇다는 사실을 누군가 알려줄 필요가 생기는데 이때 이 책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남자아이 육아법으로 제시한 방법들이다. 그 방법들은 아래와 같다.
첫째, 인내심을 갖고 백 번이라도 가르친다.
둘째, 안 했을 때 야단치기보다 했을 때 칭찬을 한다.
셋째, 해야 하는 행동을 구체적으로 말해준다.
넷째, 벌로 협박하지 않는다.
다섯째, 작은 소원을 많이 이루어주면 만족감을 느낀다.
여섯째, 10초만 호기심을 만족시켜주면 차분해진다.
일곱째, 엄마의 아주 작은 변화로 아이는 크게 달라진다.
어떻게 보이는가? 남자아이 육아법이라고 보이는가? 나는 위의 방법이 꼭 남자아이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점에서 작가에게 더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작가는 남자아이에게만 해야 하고 여자 아이에게는 해서 안 되는 육아법이 아니라 한 아이를 바르게 키우기 위한 보편적인 육아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남자 혹은 여자로 나뉘는 한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부모의 육아법을 달리 할 필요는 없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만약 이 책이 '남자아이는 이러한 특징을 가졌기 때문에 여자 아이와 달리 이런 식으로 훈육을 해야 합니다'라고 얘기했다면 어땠을까? 예를 들어 '남자아이는 여자 아이보다 참을성이 부족하니까 원하는 것을 더 빨리 들어줘야 합니다'라든지, '여자 아이는 남자아이보다 감정적으로 예민하니까 더 많은 위로를 해줘야 합니다' 같은 말이 있었다고 생각해보자. 남자아이를 키우며 고민에 빠져 있는 부모들에게 족집게처럼 해결책을 주기 때문에 처음에는 무릎을 탁 치며 '그렇구나' 했겠지만 실제 그 방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을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라는 존재가 남자와 여자이기 전에 아이이듯, 사람도 남성과 여성이기 전에 사람이다. 다름에 대한 이해는 바탕이 되어야 하지만 다르다는 것으로 구분을 하고 차별을 두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작가가 남자아이, 여자아이 구분 없이 좋은 부모로서의 육아법이 있다고 말한 것처럼 남성, 여성의 구분 없이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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