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을 때 지인의 아들이 대학교에 입학한다는 소식을 듣고 입학식에 함께 간 적이 있다. 입학식장에서 그 학교 총장은 다음과 같은 연설을 했다.
"여러분이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4년 후 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면 50% 이상이 쓸모없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학교 수업 이외에 스스로 경험하고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저마다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을 졸업하기 전에 학교와 공유합시다."
<p.26>
옆 사람이 커피를 마시거든 그 커피를 만드는 회사의 주식을 사라. 지금은 당신이 그를 부러워할지 몰라도, 은퇴할 나이쯤 되면 그 사람이 당신을 부러워하게 될 것이다.
<p.70>
"나는 장기적으로 성공한 단기투자자를 본 적이 없다."
- 앙드레 코스톨라니(유럽의 전설적인 투자자)
<p.126>
"매일 밤 잠자는 동안 수염이 자라는 남자가 25억 명이나 있다는 생각을 하면 힘이 난다."
- 워런 버핏(질레트 주식을 매수한 뒤)
<p.164>
"어떤 주식을 10년 동안 소유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단 10분도 그것을 가질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p.195>
한국 엄마들이 자녀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남들보다'와 '남들처럼'이다. 공부는 무조건 남들보다 잘해야 하고, 그 외의 것은 남들처럼 해야 한다는 것이다.
<p.198>
우리가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 경우입니다. 첫 번째는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 주식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입니다. 가끔 테마주라거나 하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주식 가격이 올라갈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당연히 매도를 고려합니다. 두 번째는 회사가 투자를 결정하던 당시의 생각이나 철학과 다르게 경영될 때입니다. 지배구조의 변화가 있거나 회사 또는 회사가 속한 산업에 큰 변화가 있을 때 매도를 고려합니다. 세 번째는 할 수 없이 매도하는 경우입니다. 지금 회사보다 더 좋은, 꼭 투자하고 싶은 대상이 생긴 경우입니다. 우리는 항상 모든 자본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서는 현금이 필요합니다. 이럴 때는 할 수 없이 파는 것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매도하지 않습니다.
<p.226>
내가 회사에 입사하고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주변으로부터 많이 들었던 질문이 있다.
"주식 해?"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한결 같이 "아니오"였다. 이런 나의 대답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겠다며 다른 대화 주제로 넘어갔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주식을 왜 안 하냐는 질문부터 시작해서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다는 얘기, 요새는 무엇을 사야 한다는 얘기, 어떤 분야가 훗날 미래가 될 것이다 라는 얘기를 하며 나를 난처하게 하곤 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보며 속으로 '주식에 빠져서 언젠가 패가망신하겠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랬던 나도 지난 코로나 사태 이후 전국적으로 주식 붐이 일어났던 시기에 주식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그 때 증권 계좌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그만큼 이 책은 쉽고 명료하게 주식과 장기 투자 필요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한다. 책이 두껍지 않고 이해하기도 쉬워서 지금도 종종 읽는다. 게다가 이 책은 주식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투자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에 대한 필요를 주장한다. 투자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어쩌면 예전의 나처럼 자본소득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이라면 시중의 그 어떤 어렵고 복잡한 투자 관련 책 보다 읽기에 더 낫다고 생각한다. (사실 기술을 알려주는 복잡하고 어려운 투자 책은 읽어본 적이 없긴 하지만)
지난 몇 년의 시간은 얼른 빚 갚고 열심히 일하고 아끼면서 저축하는 삶이 제일이라고 생각했던 기존의 생각을 바꿔준 정말 큰 변화의 시간이었다. 부동산과 국내주식, 해외주식, 코인, 금 여러 투자를 조금씩 접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가 어떻게 대처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 나 하나만 어떻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 아니고 내 가정과 내 아이들의 미래까지 생각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투자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바로 이 점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일은 우리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위해 자격증을 따고 관련 공부를 하는 일과 같다고 본다. 그러나 사람들은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한 사람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좋은 투자로 돈을 번 사람에 대한 노력은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노동의 가치는 높게 매기는 것에 비해 불로소득에 대해서는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오래 전 대한민국이 노동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였을 때나 유효할 법하다. 그러나 현재는 노동의 가치가 점점 낮아지고 있고, 전체 소득에서 노동의 대가로 얻는 임금의 비중 역시 줄어들고 있다.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과 화폐 가치 하락을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직이 되거나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만 하면 남은 삶을 월급 받으면서 여유롭게 살 수 있었던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전 세대에 비해 억울하지만 좋은 직장에 들어가 많은 월급을 받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했던 것처럼 자본주의와 경제를 공부하고 노동으로 번 돈의 일부가 자본소득이 될 수 있도록 투자에 대한 공부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투자에 대해 공부하고 실행하는 데에 있어 주식이 꼭 필요한 부분인가? 그에 대한 질문은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 실제로 주식 외 다른 투자만 집중하는 사람, 주식 중에서도 해외 주식만 하는 사람, 펀드만 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투자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필요하다, 필요하지 않다고 단정 짓긴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내가 직접 느낀 점으로는 주식은 내 돈의 일부를 금융자산으로 바꾸기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점과 액수에 상관없이 일단 내 돈이 걸려있다는 점 때문에라도 금융시장과 자본주의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는 점, 그리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더 이상 예전처럼 투기나 도박의 영역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지막 느낀 점이 가장 중요한데 그 이유는 대개 누군가 주식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 사람이 아무것도 모르고 빚을 내서 한다거나, 감정에 치우친다거나, 누군가의 말만 듣고 한다거나, 단기간에 큰돈을 벌고자 하는 건 아닐까 하고 걱정한다. 하지만 내 주변의 2030 세대를 보면 그 단계는 이미 넘었다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금융이 많이 발전했고, 사람들의 금융지식수준 또한 높아졌고, 생각보다 젊은 세대들은 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자산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주식을 넣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어떤 사람이 '나는 투자 그런거 잘 모르고 관심도 없어, 그거 다 돈 많은 사람들이 하는 거 아니야? 나는 그냥 월급 받으면서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래.'라고 말한다면 그 말이 내게는 '나는 대기업, 전문직 이런 거 되기도 너무 힘들고 관심도 없어, 그냥 공부 좀 덜 하고 취직 잘 되는 중소기업 들어가서 편하게 살래' 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누구에게는 삶의 질과 인생의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매일 같이 돈과 투자에 신경 쓰면서 사는 사람의 삶이 피곤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바로 그 피곤한 점 때문에 그들이 그에 합당한 대가로 불로소득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투자 역시 또 하나의 노동이다.
지금의 치열한 고민과 생각은 결국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 내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문제. 그리고 훗날 돌이켜 봤을 때 '허허... 다 부질없는 짓이더구나... 한 번뿐인 인생, 뭐하러 그리 아등바등 사는 것이냐...'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래도 내가 지금 계속 관심을 갖고 투자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나의 부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나의 부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화폐는 밑 빠진 독처럼 지금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최소한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공부와 투자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내 워라밸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틈틈이 제2의 노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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