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령 책이 당신의 친구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당신과 일면식이 있는 관계로 묶어둘 수는 있지 않는가. 설혹 책이 당신의 삶에서 친교의 범위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한다 해도, 아는 체하며 가벼운 인사 정도는 반드시 하고 지낼 일이다."
- 윈스턴 처칠
<p.17>
"불평하지 않는 것이 너에게 유익하고 네 의무라고 생각함으로써 그 일을 참고 견딜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네 판단에 달려 있는 한, 너는 본성상 무엇이든 다 참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
-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p.37>
"날이 새면 너 자신에게 말하라. 오늘 나는 주제넘은 사람, 배은망덕한 사람, 교만한 사람, 음흉한 사람, 시기심 많은 사람, 붙임성 없는 사람을 만나게 되겠지라고."
"어떤 외적인 일로 네가 고통 받는다면, 너를 괴롭히는 것은 그 외적인 일이 아니라 그에 대한 네 판단이다."
-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p40>
<사당동 더하기 25>는 엘리트 관료들의 정책적 실수가 어떤 씨앗에서 출발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담아내기에 대통령이 읽어야 한다. 가난하기에 나타나는 결과를 가난의 원인으로 오해하는 중산층들의 실수를 책은 놓치지 않는다. 현장에 간 조교들은 가난한 이들의 소비 활동을 '씀씀이가 헤픈' 경우로 이해하고, 다큐멘터리를 본 관객은 임대아파트 앞에는 배달 음식 그릇들이 많았다는 본인의 기억을 바탕으로 '그들은 몸을 움직이지 않으려는 나태한 자'로 확대 해석한다. 이것은 생각하며 살지 않고 사는 대로 생각하는 대표적인 경우인데, 자신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에 부합한 사례만 발견하거나, 아니면 사례를 어떻게든 고정관념에 맞추려는 모습은 우리 주변에 허다하다. 그 사람이 정치인이라면 그 나라가 좋아질 리 만무하고.
<사당동 더하기 25, p25>
고문의 목적은 죽음이 아니다. 정보의 획득과 정신의 해체와 파괴다. 이 해체와 파괴를 통해 체제의 정통성과 우월성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고문은 처형이 아니다. 고문자가 고문 대상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면 그것은 조직의 명령과 규칙을 깨트리는 행위다. 그러므로 고문자는 고문 대상자의 죽음에 대한 저항력을 정확히 측정해야 한다. 이 저항력을 넘어서는 힘을 가하면 그는 죽어버린다. 저항력의 정확한 측정이야말로 고문 기술자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하고 섬세한 능력이다. 그런데 고문자가 폭력의 쾌락에 갇혀버리면 저항력으로의 침범, 즉 죽임이 강렬한 힘으로 그를 유혹한다. 이 유혹은 너무나 뜨거워 자신이 고문자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그 결과는 처형을 향한 질주다. 하지만 너와 나는, 이 세계에서 오직 너와 나는 이 쾌락에 갇히지 않는다. 쾌락의 유혹과 끊임없이 싸우면서, 일어서는 쾌락을 지우고 또 지운다. 그리하여 고문 대상자가 마침내 사물로 보일 때 너와 나는 이 세상에서 유일한 권력자가 되는 것이다. 권력의 운명에서 벗어난 유일한 권력자. 얼마나 장려한가. 운명의 가시가 없는 황홀한 불을 가진 인간의 모습이.
- <황금사다리> 정찬, 2018
<얼음의 집, p.125>
그녀는 자기 존재의 모든 면과 자기가 하는 모든 행동을 늘 감시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녀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느냐 하는 것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남자들에게 어떻게 보이느냐 하는 것이, 그녀 인생의 성공 여부가 걸려 있는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고 일반적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한 여자가 자기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갖는 생각은 이렇게 타인에게 평가받는 자기라는 감정으로 대체된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 p172>
그 결과, 오늘날 역사상 유례없이 강력하게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장악한 소셜 미디어에는 타인에게 보이기 위해 온갖 기계의 힘을 빌려 스스로의 외모를 바람직하도록 재단하고 왜곡하고 증강시킨 수많은 '자화상'이 '셀카'라는 이름으로 넘쳐난다. 우리는 스스로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려고 맛집을 찾아가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상의 친구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전망 좋은 카페에 가며, 남에게 보이기 위해 이국적 풍경을 찾아 여행을 한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 p174>
<다른 방식으로 보기>의 마지막 장에서 버거는 현대 사회의 상품 광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광고란 '매력(glamour)'을 제조해내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광고는 우리가 무언가를 구입하면 전과 다른 사람으로 완전히 변모하게 되고 그 결과 남들의 선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득한다. '매력'이란 타인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 따라서 광고가 결정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어떤 물건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 더 구체적으로는 남들의 부러움을 받는 경험인 셈이다. 광고는 우리에게 반드시 돈을 벌어야 하고, 그 돈으로 물건을 사는 것만이 진정한 '능력'이며, 이 능력을 가져야만 우리는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끝없이 주입한다. 이러한 광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는 이들이 '불안감'을 가져야만 한다. 스스로의 현재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아무것도 될 수 없다는 '불안감'이 구성원들 사이에서 팽배한 사회가 바로 광고를 번영케 한다. 버거는 광고가 궁극적으로 팔아넘기는 '매력'의 정치적 성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글래머라는 것은, 한 개인이 사회에 대해 갖게 되는 선망이 사회 전반에 널리 퍼진 공통의 정서가 됨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로 향하다 도중에 멈춘 산업사회는 그러한 정서를 만들어내기에 안성맞춤의 사회다. 개인적인 행복의 추구는 만인의 권리로 인정되었다. 그러나 실제의 사회적 환경은 개인으로 하여금 무력하게 느끼도록 만들고 있다. 그는 그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상태와 현재 그 자신의 상태와의 모순 속에 살고 있다. 그리하여 그 모순과 원인을 충분히 깨닫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향한 정치적인 투쟁에 참가하거나, 아니면 자기 자신의 무력감과 함께 뒤섞여서 백일몽으로 융해되어버린 선망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야 한다.
버거는 이러한 광고가 위험한 이유는 '소비를 민주주의의 대체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비자들은 그들의 삶에 있어 더 중요한 정치적 선택을 하는 대신에 "무엇을 먹을까, 무슨 옷을 입을까, 무슨 차를 탈까?"하는 선택을 하고서 마치 자유를 누리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광고가 인정하는 것은 다만 무엇인가를 구입할 수 있는 능력뿐, 그 외 다른 모든 인간의 능력과 가치는 부차적인 것으로 축소된다. 이미지는 이처럼 가부장적이며 권력층의 이익에 충실히 봉사하는 이데올로기적 도구로서 광고를 비롯한 현대의 시각 문화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버거는 "자본주의는 다수의 관심을 가능한 좁은 범위 안에 가두어놓음으로써 그 생명을 이어나간다."는 말로 정치적 현상으로서의 이미지를 정의한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 p175>
그러나 맹자는 이상주의자가 아니었다. 이 점은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다는 대목에서 잘 드러난다. 항상적인 소득이 있을 때 정상적인 마음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인간은 비정상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고, 이는 비정상적인 사회질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맹자강설, p181>
"남을 사랑하는데 친해지지 않으면 자신의 인자함을 돌이켜 생각해보고, 남을 다스리는데 다스려지지 않을 때는 자신의 지혜를 돌이켜 생각해보고, 남을 예우하는데 답이 없으면 자기의 공경함을 돌이켜 생각해볼 것이다."
- 맹자
<맹자강설, p187>
오늘날 많은 사람이 해외여행을 꿈꾼다. 그래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적금을 들기도 한다. 휴가철이면 항공권이 바닥나고, 여름철 파리에는 프랑스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다. 결혼식을 치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식이 끝나면 하나같이 해외여행을 떠난다. 불과 수백 년 전만 해도 해외여행은 좋은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길에는 산짐승이나 도적이 득실거렸고, 안전하게 하룻밤 자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외지인은 언제나 경계의 대상이었다. 해외여행에 대한 신화는 근대 유럽의 낭만주의가 낳은 산물이다. 낭만주의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속삭인다. 19세기 탐험가들의 이야기는 해외 식민지를 개척하던 서양 사회에서 인기를 끌었고, 일반인들에게까지 해외여행의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라. 해외여행이 좋다는 것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우리가 좋은 거라고 상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부호라면 아내를 위해 바빌론 여행이 아니라 호화스런 무덤을 건설했을 것이다.
<사피엔스, p193>
"위기의 폭풍우 속에서 완벽하게 제정신인 리더십은 우리의 길을 잃게 했지만, 약간의 광기를 띤 리더십은 우리를 항구로 안내했다."
<광기의 리더쉽, p279>
"당신이 먹는 음식이 바로 당신이다."
- 루트비히 포이어바흐 (독일의 철학자)
<식품정치, p298>
심사숙고 끝에 모어는 탐욕과 자만이 불행의 원인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필요 이상으로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욕구가 나 자신과 남을 불행하게 만듭니다. 먹고사는 데 부조함이 없는 정도의 재산만 있으면 될 터인데, 더 많은 것을 모으려 하다 보니 다른 사람을 궁핍하게 만들고, 그러느라 자기 자신도 마음 편할 날이 없습니다.
<유토피아, p341>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통령에게 책을 추천하고 그 이유를 적은 책이다. 총 26명의 전문가들이 각자 세 권씩 추천했으니 이 책 안에만 78권의 추천된 책 리스트가 있는 것이다. 그것도 각자 분야에서 많은 책을 읽고 전문성을 획득한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통령에게 추천할 책을 골랐다. 세 권의 책을 고르기까지 심사숙고했을 것을 생각하면 정말 중요하거나 내용이 좋은 책일 것 같지 않은가. 만약 내게 누군가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세 권 고르라고 한다면 꽤 오랫동안 고민할 것 같다.
책이 발간된 시기가 촛불 집회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이 어느 정도 진보적인 면이 있다. 집권 이후 거의 5년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전세는 많이 역전되었고 사람들의 진보에 대한 인식 역시 많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자유주의 사회의 그늘에 가려져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양쪽의 균형 잡힌 시선을 갖고 그들이 추천한 책 리스트를 알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가끔 누군가의 집에 손님으로 방문하게 되면 지금껏 알지 못했던 그 사람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된다. 집안의 분위기나 인테리어, 구조와 가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들로부터 누군가의 새로운 면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늘 그 사람의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에 관심이 많았다. 책꽂이에 무슨 책이 있는지, 몇 권이나 있는지, 나도 읽어본 책이 있는지 같은 관심 말이다. 책이 내게 미친 영향이 지대하듯 그 사람도 그러할 것이고 그렇다면 어떤 책들이 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주었을까 궁금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독서에 관한 책이나 책을 추천하는 글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네이버 지식인 서재>라는 것이 있다. 네이버에서 연재했던 포스트 중 하나인데 지식인 혹은 유명인의 서재를 소개하면서 그들이 책을 추천하는 내용이다. 이 글을 적으며 문득 떠올라 검색해보았더니 마지막 포스트가 2018년 12월 14일로 연재 종료된지 3년이 되었다. 아주 오래전에는 추천 책이 거의 30권 이상이었던 것 같은데 양식이 바뀌었는지 가장 최근의 포스트는 5권 정도로 추려져 있다.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나와서 인터뷰도 하고 본인들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책도 추천하니 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네이버에 검색해서 지난 글부터 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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