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니스는 보병의 야전이었다. 야전은 순간순간 상황이 변하는 전투였다. 그 급박함에서 살아나려면 순간순간 판단하고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야전에는 기본전략은 있되 철칙은 없다. 소총을 든 병사들은 기본을 바탕으로 순간순간 살아날 길을 판단해야 한다. 스스로가 독립된 지휘관이어야 한다. 비즈니스맨도 상황에 따라 그 독립성을 기민하게 발휘하고 활용해야 한다.
<p.108, 1>
"얘, 제발 좀 들어라, 그런 운치 있고 고상한 짓은 취미로 평생 해도 좋으니까, 밥벌이 튼튼히 할 수 있는 주무기는 반드시 갖춰야 한다니까. 세상살이는 감상이 아니고, 더구나 적성도 아니야."
<p.116, 1>
"이런 말이 있지요. 평가란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입장이라는 두 개의 안경알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서양사람들의 중국 평가를 유심히 읽어보면 바로 그 두 가지 덫에 걸려 있고는 해요. 그래서 너무 일방적이기도 하고 너무 편파적이기도 하고 그래요. 그래서 객관성을 읽고 지나치게 부정적 평가를 내리게 되고, 따라서 예상이나 전망도 거의 다 빗나가고 말아요."
<p.54, 2>
"책을 읽고 또 읽어라. 학교에서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 부족을 책을 읽어서 채워야 한다. 책이 가장 좋은 스승이기 때문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만이 세상사를 통달할 수 있다."
<p.88, 2>
전유숙은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었다. 흔히 폼 나는 말인 것처럼 쓰이는 그 '대화'라는 것을 멋지게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할 얘기가 없었다. 상대는 남이 아닌 아들이었다. 그런데 할 얘기가 없다니... 격조 있고 고상한 향기가 풍기는 그 어떤 말, 아들과 나눌 수 있는 화젯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 사실을 의식하자 머릿속은 더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날 때까지 아들에게는 그 얼마나 많은 말을 했던가. 제일 많이 했던 말이,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 '공부해라'였고, 그다음이 'XX하지 마라'였다. 그건 대화가 아니고 일방적 지시였고, 품격이라고는 있을 도리가 없는 일상어였다. 그러고 보니 아들과 '대화'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었다.
<p.95, 2>
"매머드가 왜 멸종했는지 아시죠? 몸이 너무나 비대해져서 말초신경의 감각 인지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이 아닙니까. 발끝에서 일어난 사고를 뇌가 인지하는 데 2초 이상 걸리니까 그 시간 자체가 쌓이고 쌓여 매머드의 온몸은 세균들의 치뭍에 무방비 상태가 되어버린 거죠. 많은 인구가 일사불란하게 통제가 안 되는 중국이 바로 그 매머드 신세예요."
<p.226, 2>
살아갈수록 끝도 없이 새로운 것이 나타나는 나라, 그래서 살아갈수록 그 실체가 알쏭달쏭 모호해지는 대상. 그래서 중국 생활 6개월이면 중국 전체에 대해서 아는 척하고, 1년이면 자기 분야에 대해서만 아는 척하고, 10년이 넘으면 아무 말도 안 한다는 말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p.302, 2>
'전학하는 것은 아이들이 새로 태어나는 것이다.'
- 페스탈로치
<p.330, 2>
"인생이 뭐고, 사는 게 뭡니까. 인생이란 추억 만들기고, 사는 건 때때로 무슨 계기 찾아가며 즐거움 만들어가는 것 아니던가요?"
<p.338, 2>
"한번 떠난 곳을 뒤돌아보는 것처럼 어리석고 비참한 일은 없소. 사람은 조직을 떠나는 순간 그 자리에는 딴 사람이 채워지고, 전임자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지워져 버리는 것이오."
<p.374, 2>
그래서 직장에서 안 사람들은 직장 떠나면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직장생활이란 한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열차를 타고 가다가 제각기 다른 역에서 내려 뿔뿔이 흩어져 가는 열차놀이 같은 것인지도 몰랐다.
<p.380, 2>
"짐 지고 힘들게 올라오면서 무슨 생각을 해요?"
"무슨 생각...? 글쎄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꾼은 고개를 갸웃갸웃하더니, "글쎄요... 그저 그냥...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것 같애요..." 하며 희멀건하게 웃었다.
"그래, 그저 그냥 발을 떼어놓을 거야. 무아지경으로. 마라톤 선수들이 그렇다고 하잖소. 숨 가쁜 어느 고비를 넘기고 나면 무아지경의 상태가 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계속 뛰게 된다고 말이오."
<p.396, 2>
1등석과 3등석의 차이. 그건 한마디로 천당과 지옥의 차이였다. 돈의 힘이 어떤 것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그리고 자본주의란 얼마나 솔직하면서도 잔혹한 것인지를 확인시켜 주는 교육장이었다. 비행기만큼 돈으로 인간의 등급을 확실하게 갈라버리는 데가 또 있을까.
<p.31, 3>
"사람을 능력만으로 고르지 말아라. 능력 반, 사람 됨됨이 반이어야 한다. 술을 마셔 보고, 노름을 해보고, 등산을 해보고, 여행을 해봐라. 이기적인 자, 언행이 안 맞는 자, 마음이 가벼운 자, 인내심이 약한 자, 불평이 많은 자, 협동이 안 되는 자, 뒷말을 하는 자, 약속을 잘 안 지키는 자, 다 골라내라."
<p.86, 3>
그런데 대졸자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해마다 청년실업이라는 사회적 두통거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고급 일자리는 이미 자리가 잡혀 신규 채용은 적은데, 수많은 대학들은 학사모를 쓴 고급 인력들을 계속 토해 내고 있었던 것이다. 개혁개방과 함께 무한정 필요했던 고급 인력이 언제부턴가 공급 과잉으로 바뀐 필연적 문제점이었다. 경제가 안정되어 있는 많은 나라들이 빠져 있는 늪에 중국도 피해갈 도리없이 빠져든 것이었다.
그 구조적인 난관을 돌파하는 것은 각 개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일 뿐이었다. 그 '개인문제'가 이름 하여 '자유경쟁'이었다. 그지없이 아름다운 것 같은 이름인 '자유경쟁.' 그것은 '그 누구의 제재나 간섭을 받지 않고 서로가 맘껏 능력을 바루히하는 것'이라는 아주 고상하고 정직한 의미 같지만, 그것은 오로지 능력 있는 자만 살아남는 양육강식, 적자생존의 처절한 정글게임이었다. 그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졸업반 학생들은 폭염을 무릅쓰며 방학인데도 도서관살이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p.172, 3>
그는 행복이 무엇인지 비로소 그 실체를 잡고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행복이 무엇인지 묻고, 찾고 싶어 한다. 그것은 마치 공기처럼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퍽 지혜롭게 말했다. 불행하지 않은 때는 다 행복이라고. 그러나 그 말은 너무 포괄적이고 구체성이 없다. '시간의 흐름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행복이다.' 그는 현재 겪고 있는 절실한 체험을 통해 행복을 이렇게 정의했다.
<p.240, 3>
"그런데 말이오. <사기>를 쓴 역사학자 사마천 알지요?"
전대광이 술안주를 집으며 물었다.
"예, 압니다."
"그 사람이 기원전, 그러니까 2,100년쯤 전 사람인데, <사기>에다 돈과 인간의 심리에 대해 아주 기막히고 절묘한 표현을 했소. 자기보다 10배 부자면 헐뜯고, 자기보다 100배 부자면 두려워하고, 자기보다 1,000배 부자면 고용당하고, 자기보다 10,000배 부자면 노예가 된다. 이게 어디 2,100년 전 분석 같소? 어떤 예리한 심리학자가 오늘날의 인간 심리를 갈파한 거지."
<p.267, 3>
'고달프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고, 외롭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더냐. 자기 인생은 자기 혼자서 갈 뿐이다. 남이 가르쳐 주는 건 그 사람이 겪은 과거일 뿐이고, 네가 해야 할 일은 혼자서 겪어 나아가야 하는 너의 미래다.'
<p.271, 3>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다음에는 의심하지만, 계속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 괴벨스(독일 나치스의 선전장관)
<p.383, 3>
서점과 도서관에서 이 책 표지를 많이 보았다. 조정래라는 작가의 이름도 낯이 익었다. 그러나 무슨 내용일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긴 한국 장편 소설을 읽어본 게 언제더라... 중학교 때 흠뻑 빠져 읽었던 김진명 작가의 소설이 떠올랐다. 이런 생각을 하며 도서관에서 이 책을 골랐다.
소설의 첫 부분을 읽으며 깜짝 놀랐다. 중국 얘기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순진하게도 소설의 이름처럼 울창한 정글이 나오는 건가 싶었는데 또 다른 의미의 정글이 이 소설의 배경이었다. 바로 중국의 비즈니스 세계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속에서 상사맨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중국과 상사맨, 둘 다 내가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호감도 가지 않는 분야다. 중국은 뚜렷한 이유는 없지만 썩 좋아하지 않고, 상사 업무는 협상, 판매, 실적 그리고 잦은 회식 등 생각만 해도 힘든 업무일 것만 같아서 싫다. 그러나 그래서일까 오히려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시간 나는 대로 읽다 보니 3권을 금새 읽었다. 잠시나마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세상에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소설의 장점 중 하나인 간접 경험을 이 소설을 통해 제대로 할 수 있었다.
독서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아는 분야에 대해 더 깊이 알아 가는 독서, 다른 하나는 잘 모르는 분야에 도전해 알아가는 독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책은 내게 도전과도 같은 독서였다. 한때 우리나라에 중국 붐이 불어 중국에 투자하고 모두가 중국어를 배워야 할 것처럼 들썩거리던 시기에도 나는 중국에 대해 시큰둥했다. 비행으로 중국에 가본 적도 많지만 중국이라고 하면 일단 색안경을 낀 것처럼 호감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중국에 대한 비호감을 호감으로 바꿨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특정 분야에 대한 무관심의 벽을 넘을 수 있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만일 내가 이 책의 첫 부분을 읽으면서 '에이, 중국 얘기잖아. 중국 관심 없는데, 안 읽어.' 했다면 나는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의 벽 앞에 발걸음을 돌린 채 익숙한 벽 안의 세상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벽 너머에 뭐가 있는지 보려고 하지도 않은 채 말이다.
생각해보면 살아가면서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특정 분야에 대해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알려고 조차 하지 않는다거나 이유 없이 편견을 가지고 싫어하는 것 말이다.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별로일 것 같다고 하거나,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안 될 것 같다고 하거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안 좋다고 하는 등등. 생각의 벽을 넘는 일은 쉬운 듯 보이지만 평소에 누리던 익숙함과 편안함의 세상에서 빠져나오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은 용기와 도전을 필요로 한다. 오래전 노트북 메모장에 책과 영화에 대한 리뷰를 적어서 모은 적이 있었다. 그때 폴더 이름을 '안꼰대'라고 지었다. 난 꼰대가 아니다, 즉 모든 것들에 열린 마음을 갖겠다는 그런 의지의 표현이었는데 그 이후 나는 그렇게 잘 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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