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이란 어떻게 길러지는가? <퍼펙트 베이비>는 평생의 삶을 결정짓는 요소를 다음 세 가지로 잡았다. 바로 감정조절 능력, 공감 능력 그리고 내적 동기가 그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최선의 양육이라는 부모들의 소원을 해결할 열쇠를 찾을 수 있었다. 그 대전제는 세상의 모든 아기는 행복을 추구하며, 이를 위해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려고 한다는 점이다.
<p.137>
사람들은 흔히 잘 참으면 감정을 잘 조절하는 사람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건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감정조절은 자신의 감정을 잘 인식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 나아가 마음속 불편한 감정을 원상태로 빨리 돌려놓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p.143>
감정조절 능력이 좋은 아이들이 새로운 도전의 시기가 왔을 때 자신감을 잃지 않은 것은 감정의 회복탄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즉 실패를 곱씹어볼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이 생긴 것이다. 마음이 강한 아이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이는 결국 성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p.149>
미네소타대학교의 제프리 심슨 교수는 다음과 같이 더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한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받아쓰기 연습에 짜증이 났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그 순간 그만둔다면, 그 단어를 어떻게 쓰는지 알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욕구를 지연할 줄 안다면, '지금 당장은 잘 못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이뤄야 할 것은 이 단어를 쓸 줄 아는 거야. 그러니까 좀 더 시간을 투자해서 이걸 배우도록 하자.'라고 생각할 것이고 마침내 그 단어를 습득하게 된다. 따라서 욕구지연과 감정조절은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p.151>
부모인 당신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 위로와 사랑을 주었던 양육자로 기억되고 싶은가? 아니면 어렵고 힘든 시기마다 아기를 혼자 내버려두었던 양육자로 기억되고 싶은가? 누구나 아기가 방실방실 웃고 예쁜 짓을 할 때는 잘해줄 수 있다. 신뢰감과 사랑의 확신은 아기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음을 명심하자. 울고 떼 쓰는 것 말고는 달리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방법이 없는 아기에게 일관성 있고 안정적인 안전지대가 되어주자.
<p.167>
정리하면 떼쓰기에 대처하는 방식은 첫째, 아이의 감정읽기("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둘째, 짧게 경계 지어주기("네가 화난 것은 알겠는데 물건을 던지면 안 돼."), 셋째, 적절한 대안 제시다. ("이건 할 수 없지만 저건 할 수 있어.")
<p.204>
더불어 이영애 교수는 아이가 너무 큰 실패를 하면 좌절해버릴 수 있으므로 그때만 도와주고 그 외에는 최대한 실패할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p.208>
"부모의 영향력이 청소년기에는 많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아이들은 부모가 어느 정도의 지침을 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보통 큰 사건에 대해서는 부모에게 의지를 하는데, 아무 지침을 받지 못하면 부모에 대한 권위가 떨어지는 것이죠."
<p.233>
학습은 궁극적으로 스스로 목적을 정하고 계획하여 실천하는 과정이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언제나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다면, 복잡한 과제를 수행할 때나 흥미가 다소 떨어지는 학습 상황에 맞닥뜨려도 동기가 흔들리지 않게 된다. 머릿속에 슬픔이나 걱정이 오래 머물러 있으면 아무리 체계적인 학업 스케쥴을 짜고 책상에 앉아 있다고 해도 학업 성취도가 올라갈 수 없는 것이다.
<p.249>
요즘에는 아이의 사회성을 기른다는 이유로 '좋은' 친구들을 골라주려는 부모들도 있는데, 전문가들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조언한다. 좋은 친구들만 선별해서 짝을 지어주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목표로, 설령 가능하다 해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의 사회성을 위해서는 평소에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친구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도 중요하다. 숙명여대 아동학과 이영애 교수는 진정으로 아이의 사회성에 관심이 있다면, 아이 스스로 친구에게 다가가고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을 부모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p.275>
동기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라면, 감정은 그 사람이 어떻게 움직일지 결정하는 '동기의 근원'이다. 따라서 자신이 경험한 불편한 감정을 원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는 힘, 즉 감정조절 능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동기를 높이기 위한 최선책이라고 할 수 있다.
<p.308>
이처럼 부모의 관심이 아이의 능력에 있느냐 노력에 있느냐는 엄청난 차이를 불러일으킨다. 자꾸 똑똑하다는 말을 듣는 아이들의 머릿속에서는 '도전정신'이 싹틀 공간이 없다. 부모나 아이 모두 똑똑함을 이미 결정된 능력으로 보기 때문에 아이가 더 이상 할 것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노력에 대한 격려를 받으면 아이들은 무언가 새로 할 때 움츠러들 이유가 없다. 도전과 그로 인한 노력이 더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p.315>
실제로 적지 않은 부모들이 아이를 몰아치는 이유가 남들에게 잘하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이가 잘하면 부모 자신도 뭔가 위치가 상승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그롤닉 교수는 부모가 미래에 대해 위협을 많이 느낄 수록 자녀에게 강요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미래에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생각하면 무서운 생각이 든다.'와 같은 불안도에 관한 설문을 진행하고 아이와의 놀이 상황을 지켜보니, 불안감이 높은 부모들이 자녀가 맡은 일을 대신해주려고 하거나 압박하는 행동을 많이 보였다고 한다.
미래에 불안을 느끼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특히 1990년대의 IMF나 2000년대의 금융위기 등을 겪은 부모들은 사회생활에서 생존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남들보다 높은 수준의 위치에 서려면 남과는 달라야 한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이에 대한 걱정을 오래 끌고 갈수록 아이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설령 세상은 조금 더 불안해질지 몰라도, 그 안에서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는 궁극적으로 아이가 판단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좋다고 하는 직업이 미래에도 좋다는 보장은 없다. 과거 인정받던 전문직의 위상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앞으로의 미래는 더 빠른 속도로 변할 것이다. 10년이 아니라 불과 내년의 일도 예측하기 힘든 세상에서 섣불리 아이의 미래를 맞춰보겠다는 생각은 그래서 더 현실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
<p.340>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완벽한(?) 아이를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해 두 개의 챕터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 번째 챕터는 아이를 처음 만나는 순간인 임신과 출산에 관한 얘기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부모로서 아이를 위해 어떤 것들을 신경 써야 하는지에 대하여 설명한다. 아내가 둘째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다시 시작될 육아를 위해 이 책을 샀는데 정작 이 책을 읽은 건 이미 둘째가 세상에 나온 뒤였다. 뒤늦게 이 책을 펼쳐보니 생각보다 많은 분량을 뱃속의 태아와 산모의 건강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었다. 첫 번째 챕터는 읽어봤자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신경 써주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만 남을 것 같아 과감히 패스하고 두 번째 챕터부터 읽기 시작했다. (둘째가 뱃속에 있었을 때 첫번째 챕터를 읽어봤으면 좋았을 텐데 그땐 왜 그리 정신이 없었는지) 두 번째 챕터는 육아에 있어 아이에게 꼭 길러주어야 하는 능력으로 감정 조절 능력, 공감 능력, 내적 동기를 내세우며 각종 실험과 전문가의 조언을 기반으로 이를 설명한다. 여느 EBS 다큐프라임 책처럼 이 책 역시 이미 방영된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구성한 거라 다른 육아 관련 책 보다 읽기도 쉽고 재미있었다.
나 역시 첫째를 키우며 부모로서 아이에게 꼭 길러주고 싶은 능력 세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자기조절능력, 자기 주도성, 회복탄력성이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세 요소와도 거의 비슷해 다행이다!) 그 이유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서 나는 우선 한 가지 사실을 전제한다. 그것은 미래는 예측할 수 없고 아이가 커서 무슨 일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에 필요한 능력을 아이들에게 미리 길러줘야 합니다'라는 말은 내 기준에서 보면 잘못된 말이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는데 미래에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렇기에 나는 아이의 미래를 예상하고 아이에게 필요할 특정 능력을 미리부터 키워주기보다는 미래에 어떤 능력이 되었건 쉽게 배울 수 있는 기초 체력 같은 걸 길러주고 싶다. 그리고 기초 체력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바로 위에서 말한 세 가지 능력이다. 이 세 가지 능력을 제대로 갖추면 건전하고 바른 청년이 되어 무슨 일이 되었건 최선을 다 하고 어떤 환경에도 잘 적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성인이 되어 세상에 나와 느낀 점 중에 하나는 내가 맞닥뜨리는 문제의 대부분이 내가 처음 해보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처음 해보는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했다. 그 과정은 대체로 일에 대한 배경 지식을 공부하고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계획을 세운 뒤 성공할 때까지 여러 번 시도하는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이 점을 내가 '깨달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아마도 긴 학창 시절 동안 익숙해진 문제 풀이 방식과 성인이 된 후의 문제 풀이 방식이 180도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학창 시절에 풀어야 하는 문제는 이미 내가 알고 있거나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문제였다. 그리고 해답은 내 머릿속의 지식에서 찾아 풀 수 있었다. 따라서 문제를 잘 풀기 위해서는 머릿속에 배경지식을 잔뜩 쌓아놓고 그것을 잘 기억해서 찾을 수 있으면 되었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에는 달랐다. 어떤 문제를 마주하게 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고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이 아닌 이상 세상의 모든 문제에 대한 배경 지식을 알 수 없었다. 이케아 가구의 조립법이나 타파스 요리법, 턱걸이 10개 성공하는 방법, 자녀에게 해외 주식 증여하는 방법, 비트코인의 향후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 화단 가꾸는 법, 연봉 인상하는 방법, 제초기 사용법, 글 잘 쓰는 법, 관심 있는 여자의 호감을 얻는 방법, 고장 난 청소기 버리는 방법, 들뜬 화장실 타일 수리 방법, 휴대폰 요금제 저렴하게 사용하는 방법, 부부 싸움 해결 방법,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방법 등등... 모든 일은 새로웠고 내가 이미 알고 있던 건 하나도 없었다.
결국 세상을 살면서 마주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잘 해결하는 방법은 그것에 대해 미리 공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매번 달라지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학, 과학, 영어, 수영, 축구, 줄넘기와 같은 능력을 미리 배워놓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는 문제해결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내 생각에 문제해결능력은 위에서 말한 세 가지의 능력을 통해 완성될 수 있다고 본다. 첫번째로, 처음 보는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자기를 조절하는 일이다. 두려움, 지나친 자신감 등의 감정을 조절하고 회피하거나 포기하려는 욕구도 조절해야 한다. 두 번째로, 자기 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모든 문제는 해결하는데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 따라서 주어진 환경에서 제한된 시간과 자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계획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성인이 된 이후에는 이런 계획과 실천을 옆에서 하라고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기에 본인 스스로 본인을 컨트롤하면서 해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회복탄력성이다. 앞선 과정을 통해 자기를 조절하고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한다고 해도 한번에 성공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삶에서 이루고자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성공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실패 이후에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시도해 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회복탄력성은 어떻게 보면 앞서 얘기한 두 능력보다 더 중요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이 세 가지의 능력을 잘 갖추고 있다면 성인이 되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세상을 원만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성적보다는 이런 능력에 초점을 맞추어 아이를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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