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의 돈을 내 돈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p.63>
"저축성 보험이라는 게 뭐야. 보험에 들면서도 저축을 하겠다는 거 아니야? 그런데 꿩도 먹고 알도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야. 꿩은 꿩이고 알은 알이지. 두 가지가 결합된 상품은 각자의 장점이 합쳐지기보다 각자의 단점이 합쳐졌다고 보면 돼."
<p.134>
"소비는 우리에게 행복을 주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 댄 애리얼리(듀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p.251>
"소비자로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매일 조종당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매우 약하다는 뜻이에요. 자신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연약합니다. 괜찮지 않다고 생각하면 항상 주의를 하죠. 그게 첫걸음입니다."
- 마틴 린드스트롬(브랜드 컨설턴트)
<p.278>
어쩌면 가영 씨의 가장 큰 실수는 홈쇼핑에서 불필요한 가방을 구입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녀는 타인에 비해 자신이 비교적 이성적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 믿음은 소비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친구들에게도 자신은 분수에 맞는 소비를 하는 사람이라는 걸 경험을 들어 내세우곤 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녀는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은 부분에서 감성적인 소비를 하고 있으며 그녀가 인식하는 것 이상으로 마케터의 유혹에 자주 넘어갔다. 그런데 사실을 인정하기란 쉽지가 않다. <국부론>의 저자 아담 스미스가 자유시장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보이지 않는 힘'으로 명명했듯 그녀의 소비 또한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많은 부분 관장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녀의 자존감을 꽤 예민하게 건드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p.316>
"어떤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아지면 소비로 그것을 채우려고 합니다. 기분이 안 좋기 때문에 스스로를 부풀리는 거죠. 내적인 감정이 안 좋으니 겉보기에 좋게 만들어야 해요. 자존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자신을 보다 깊이 사랑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돈을 덜 쓰게 해 줄 수 있습니다."
- 올리비아 멜란Olivia Mellan (임상심리학자)
<p.408>
그들이 생각한 명품의 가치는 물건의 가치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만족도보다 '타인의 시선'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었다. 누군가 봐주지 않으면 그것은 명품이어도 명품이 아닌 것이다.
<p.422>
자본주의 이전의 시대는 계급이나 신분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었다.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신분이 높지 않으면 집의 규모나 마차의 수준을 올릴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젠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분과 계급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타인과 같은 물건을 소유하거나 소비하는 것은 그다지 큰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누구나 옷을 살 수 있지만 내가 사는 옷은 달라야 하며, 누구나 가방을 들 수 있지만 내가 들고 다니는 가방은 달라야 한다. 일종의 '구분 짓기'다.
'구분 짓기'는 기본적으로 배타성을 함의하고 있다. 나와 네가 다르고, 우리와 너희가 다르다. 그런데 이 다름은 다양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쪽과 저쪽의 줄을 긋는다. 보다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명품을 가질 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등으로 소비가 이쪽과 저쪽의 경계선이 되는 것이다. 북 치고 장구 치며 소란스럽게 선을 긋는 대신 조용하고 음흉하게, 어느 순간 우리와 너희는 다른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소비하는 집과 소비하는 차와 소비하는 물품의 차이로 나타나는 것을 이젠 그 누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쓰레기가 되는 삶들>에서 이 같은 현실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사회적 위계에서의 상승 정도는 원하는 바(그것이 무엇이든)를 지체 없이 당장 얻을 수 있는 능력의 향상에 의해 측정된다."
이런 현실에서 인간은 새로운 욕구를 충족하지 못해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항상 가지고 있다. 구분 짓기는 어떤 면에서 폭력적으로 각 개인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바로 '무언가를 가지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쓰레기가 되는 물건들처럼 쓰레기가 되는 삶'을 조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p.426>
인간은 우울하면 현재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현재 집중성'과 '물질적 자아'의 충족 욕구를 일으킨다. '현재 집중성'은 자신에 대한 집중이다. 자신에게 집중하면 슬픔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된다.
<p.447>
사실 자본주의 이전 시대라고 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난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어느 때와도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경제 성장을 이룬 사회에서 살고 있다. 아무것도 생산해내지 못해 모두가 가난할 수밖에 없는 세상일 때의 가난과 지금의 가난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 친구와 내 이웃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가난하다면, 그 가난은 개인의 책임을 넘어서 제대로 부를 생산해내지 못하는 사회의 책임으로까지 확대된다.
하지만 국가가 가난하기는커녕 부를 이루고 있으며 나는 가지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이 가졌을 경우에는 가난이 오로지 나 자신만의 책임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내가 무능력한가 그렇지 않은가는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건, 그래서 내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만 따져봤을 때 나 자신은 물론이고 내 가정과 가정의 미래를 책임질 만큼의 돈을 벌지 못하면, 그것은 곧 그 사람의 무능력함으로 귀결돼버린다. 따라서 오늘날의 가난은 단지 '돈이 없음'을 넘어서 무력감, 소외감, 우울함, 비참함 등의 감정을 동반하는 재앙이 되는 것이다.
<p.527>
"사람들은 경제학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제학은 과학이 아닙니다. 경제학은 생각하는 방법이고 세계를 보는 방법입니다. 물리학이나 공학이 가져오는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것은 경제학이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학은 우리가 포기해야 하는 거래에 대한 연구입니다. 해결책을 찾는 연구가 아닙니다. 달에 인간을 보낼 때는 분명한 방향이 있습니다. 달에 가야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기술적인 문제입니다. 하지만 빈곤을 해결하고 싶을 때엔 한 가지 정답은 없습니다. 장점과 단점이 있는 여러 가지 해결방안이 있습니다. 경제학은 모든 정책의 장점과 단점을 이해하는 학문입니다. 더 수학적으로 접근하면서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선택(trade-off)입니다."
- 러셀 로버츠Russell Roberts (미국 조지메이슨대학교 경제이론학과 교수)
<p.620>
따지고 보면 아무리 부모 자식 간이라도 서로 한 몸이 아닌 건 분명했다. 서로 다른 생각과 다른 마음과 다른 욕망을 가진 존재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자신의 생각, 마음, 욕망을 아이도 똑같이 가지기를 원한다. 아이가 자신의 마음 같지 않게 행동하는 것을 참지 못해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경인 씨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감성적으로는 화가 다스려지지 않았다.
<p.828>
경인 씨는 아들이 자신의 경험으로 무언가 느낀 것 같은 틈을 놓치지 않고, 아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일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가르치려는 투로 길게 말하는 것은 자제했다. 모든 걸 한꺼번에 다 가르치려 드는 것도 부모의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경인 씨 역시 아주 오랫동안 생각하고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좀 더 올바르게 세상을 바라보고자 노력할 수 있었다. 아이에게도 그런 시간은 필요했다.
<p.892>
부동산 가격은 왜 오를까? 앞으로도 계속 오를까? 나는 이 질문의 대답이 '그렇다'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자본주의는 곧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이다. 듣기에 별로 어려운 말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당신은 이 말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가? 몇 차례 질문으로 이 말의 진짜 의미를 알아보고자 한다.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 자체는 익숙하다. 물가가 오른다는 뜻이다. 여기서 첫번째 질문이다. 물가는 왜 오를까? 정부가 잘못해서? 배추나 무 같은 농산물 가격이 올라서? 인건비가 비싸져서? 이렇게 생각했다면 당신 역시 인플레이션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여태껏 물가는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왜 비싸졌을까? 그 물건을 살 때 사용되는 화폐의 가치가 떨어졌기에 가격이 오른 것이다. 쉽게 예를 들어 과거 5000원이었던 자장면과 현재 10000원 하는 자장면은 똑같은 자장면이다. 그럼에도 과거에 비해 현재의 자장면 가격이 비싼 이유는 요즘 자장면이 더 좋은 재료를 넣거나, 더 양이 많거나, 더 오랜 공을 들여 만들기 때문이 아니다. 내 수중에 있던 5000원의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져 이제는 자장면을 사기 위해서는 5000원권 두 장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진정한 의미는 물가 상승이 아니라 화폐 가치 하락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두 번째 질문이다. 화폐 가치 하락은 왜 일어날까? 바로 통화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통화량이란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을 의미한다. 시중에 돈이 많아졌기 때문에 돈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이렇게 상상해 보자. 모두가 5000원을 가지고 있는 마을이 있다. 그 돈으로 자장면 한 그릇을 사 먹을 수 있다. 그런데 그 마을의 족장이 돈을 막 만들어내더니 모두에게 5000원씩 더 쥐어줬다. 이제 모두가 10000원을 가지고 있으니 자장면을 두 그릇씩 사 먹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자장면을 먹기 위해서는 이제 10000원이 필요해졌다. 과거의 5000원이 하던 역할을 이제는 10000원이 대신하게 됐을 뿐이다.
통화량의 증가로 화폐가치 하락이 일어난다. 화폐가치 하락은 물가 상승을 일으키고 이를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거의 다 왔다. 마지막 질문이다. 그렇다면 통화량은 왜 증가할까, 계속해서 증가하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한 정답도 '그렇다'이다. 그 이유는 그것이 금본위제를 폐지한 현대 자본주의가 가진 고유 특성이기 때문이다. 1971년 금본위제를 폐지하기 전까지 달러는 한정된 자원인 금에 그 가치가 연동되어 있었다. 화폐를 더 발행하고자 한다면 실물 자산인 금이 실제로 있어야 했다. 따라서 통화량은 금 보유량에 묶여 무한정 증가될 수 없었다. 그러나 금본위제 폐지 후 그 어떤 것도 화폐의 가치를 실물자산에 묶어두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계속되는 화폐 발행과 대출로 인해 시중의 통화량은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 결과 화폐 가치는 매 순간 하락하게 되었다.
결론이다.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통화량은 무한정 증가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화폐 가치는 지속적으로 떨어져 왔고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것이다. 작년에 드디어 목표했던 1억을 모아 기분이 좋았다면 바로 다음 날부터 1억의 가치는 조금씩 떨어져 올해는 9700만원이 되고, 내년이면 9500만 원가량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딱 하나다. 미래에도 가치가 변하지 않을 실물 자산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번 돈을 가능한 한 빨리, 가능한 한 많이 그것과 바꿔둬야 한다. 지금 나의 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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