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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의 전쟁 > 김영준, 2017 (eBook)

by Ditmars 2024. 8. 29.

<골목의 전쟁> 김영준, 2017 (eBook)

 

 달리 표현하자면, 어찌 되었건 내가 팔기 전까지는 버블이 꺼지지 않기를 바라는, 도박에 가까운 투기행태를 벌이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것은 대만 카스텔라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에서 동일하게 벌어지는 현상이다.

<p.47>

 

 <호황 vs 불황>의 저자인 구너 뒤크는 한 발 더 나아가 소비자의 불신이 모든 시장을 레몬시장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앞서 예로 든 '4,000원짜리 커피의 원가는 400원이다!'라는 기사를 접하고, 소비자들이 분노하고 가격을 불신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하자. 그들은 생산자에게 날을 세우고 가격을 깎거나 인상을 통제하고, 유료 서비스를 무료로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즉 생산자를 나에게 사기 치려는 대상으로 여기고 최대한 이득을 뽑아내려는 식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이런 시장에서는 정상적인 상품을 정상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생산자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나름 스마트한 소비를 하겠다고 나선 소비자들이 정상적인 생산자의 적으로 돌변하는 셈이다. 반면 질 낮은 상품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생산자들이 이득을 본다. 소비자들은 품질을 판별할 수 없을 때, 가격을 상품을 판별하는 단일 요소로 삼고 더 싼 것만 찾기 때문이다.
 이제 원래 정상 상품을 생산하던 생산자들도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져서 저질 상품 생산에 합류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결과 시장에는 저질 상품만 넘쳐 흐르고 소비자들도 저질 상품만 소비하게 된다.
 한편 저질 상품이 범람하는 반면, 고가시장은 그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한다. 고가 브랜드 상품은 소비자가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요소이므로 가치가 더 높아진다. 군터 뒤크는 시장이 아주 고가의 상품과 저가의 저질 상품으로 극단적으로 양분화되며, 중간이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p.58>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에서 사람들은 모두 자기합리화가 가능한 선에서 거짓말이나 부정행위를 저지른다고 말한다. 자기합리화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소 중에서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경제적 동기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해가 걸려 있는 경우 그에 걸맞은 쪽으로 자기합리화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명예 혹은 개인의 현시 등을 위해서도 자기합리화를 하며 자기기만을 통해 스스로를 속이기도 한다.

<p.179>

 

 어느 날 묘한 느낌이 들어 머릿속에 떠오른 숫자 6개를 찍어서 로또를 샀는데 1등으로 당첨되었다고 하자. 이 경우 로또 1등 당첨은 실력일까, 운일까? 거의 대부분 운이라고 할 것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예를 들어보자. 어떤 주식이 오를 것 같아서 샀는데, 그다음 날 상한가를 쳐서 하루 만에 15%나 올랐다고 하자. 이것은 실력일까, 운일까? 당신은 아마 어깨를 으쓱하며 '나는 주식을 고르는 안목이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사례에서는 로또와 달리, 자신의 운이라고 믿는 사람이 크게 줄어든다.

<p.190>

 

 나심 탈레브는 <블랙스완>에서 이러한 문제를 '이야기짓기의 오류(narrative fallacy)'라고 한다. 사람들은 일어나지 않은 사건보다 일어난 몇 가지 사건에 주목하며, 그것을 인과관계로 엮어 단순한 이야기로 만든다. 이것은 확실히 복잡한 현상을 쉽게 이해하기에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짓기는 운의 역할을 배제하고, 모든 것이 마치 그래야만 했던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 (...)

 성공에 운이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며, 우리의 뇌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인과관계를 만들어내고 패턴을 찾고자 한다. 성공한 사업가라고 해서 이 모든 것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앞에서 말했든, 모든 ㅇ닐은 지난 후에야 명확하기 때문에, 성공으로 이끈 선택들이 매우 합리적인 것으로 보일 뿐이다.

<p.197>

 

 "자산의 가격은 사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반영한 가격이다."
 - 유진 파마(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p.259>

 

 비즈니스에서는 소비자와 판매자 간의 정보 비대칭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효율적 시장이 그렇게 돌아갈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모두 공통의 정보를 가지고 있고, 그 정보가 시장에 즉각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와 판매자 간의 정보가 불균형과 비대칭을 보이면 서로 판단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판매자 입장에서 볼 때, 소비자는 아무것도 모르며, 아무리 성심성의껏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내도 소비자가 그 가치를 알아볼 능력이 없다면 그 상품은 결국 묻힐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것을 알았던 스티브 잡스는 "사용자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모른다"라며 시장조사의 필요성을 무시해버렸을 정도였다. 이를 이해한다면 좋은 상품을 만들면 소비자가 알아볼 것이라는 믿음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p.263>

 

 운칠기삼에 담긴 진짜 의미란 바로 이런 것이다. 생각보다 개인의 노력과 실력이 미치는 영향은 보잘것없지만, 적어도 그것이 작은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는 것 말이다.

<p.274>

 

 일반적으로 임대료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연간 4%씩 오른다고 가정하자. 한편 최근 10년동안 최저임금은 연간 약 7%씩 상승했다. 이를 사정하고 계산해보면, 10년 전에 비해 임대료는 48%가 오르고 인건비는 96%가 오른 셈이다.

<p.287>

 

 우리는 왜 수제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할까? 이에 대한 답은 19~20세기 사회학자 베블런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베블런은 인간의 소비와 그 욕망에 대해 정통했던 학자이다.

 '기계제품에 대한 반감은 흔히 기계제품의 서민성에 대한 반감으로 정형화된다. 서민적인 것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달성할 수 있는 (금력의) 범위 내에 속하는 거싱다. 그러므로 기계제품을 소비하는 것은 명예롭지 못한 행위다. 왜냐하면 그런 소비는 다른 소비자들과의 차별적인 비교를 통해서 우월한 지위를 확인하려는 목적에 이바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유한계급론>, 소스타인 베블런

 소비는 인간에게 즐거움의 한 요소이자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목적으로도 활용된다. 그래서 무엇을 소비하느냐로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해 남들과 차별화를 시도한다. 이러한 소비의 자기표현이 잘 드러나는 곳이 바로 인스타그램이다. 인스타그램 유저들은 사진을 올리며 자신의 피드를 채워나간다. 이 피드를 차지하는 대부분의 사진들은 바로 소비다. 어떤 음식, 문화, 옷 등을 소비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정체성과 지위 등을 표현한다.
 저렴하게 대량생산된 상품은 차별화에 적절하지 못하다. 누구나 접근하기 쉽기에 자기 자신을 드러내기에 부족하다. 반면 소량 상품은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에게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된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값싸고, 그래서 품위도 없는 일상적인 소비재들은 대개 기계제품들이다. 기계제품의 형태학상 일반적인 특징은 수제품에 비해서 설계도에 따른 세부공정을 거친, 좀 더 높은 정확도와 좀 더 완벽한 제작기술을 선보인다는 데 있다. 따라서 수제품의 가시적인 불완전성은 명예로운 것이기 때문에, 미나 유용성의 측면, 아니면 두 측면 모두 우수하다는 표시로 평가되기에 이른다.'
 - <유한계급론>, 소스타인 베블런

 기계로 만든 제품들은 공정을 체계화하고 표준화하여 생산하므로 오차가 극히 적다. 그러나 수제품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에 제품마다 편차가 생길 수밖에 없고, 이러한 작은 편차나 눈에 보이는 불완전성은 인간과 기계의 제작 기술의 차이를 드러낸다. 그러나 이러한 불완전성은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기에 더 높게 평가된다.
 물론 우리는 사람이 만들었음에도, 기계가 만든 것처럼 정교한 것을 보고 감탄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의 정교한 기술에 감탄하는 것일 뿐, 기계 생산품이 더 우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p.397>

 

 은행은 대출대상을 지급능력으로 분류한다. 대기업 정규직은 지급능력이 좋기에 재직 증빙만 되면 요구 서류도 복잡하지 않고, 저금리로 대출을 수월하고 빠르게 해준다. 비정규직은 신용한도가 매우 낮다.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매출의 변동성을 감안해서 신용한도를 매우 보수적으로 잡는다.
 주요 기업의 정규직으로만 종사해온 사람들은 이런 특혜를 잘 모른다. 이것을 혜택으로 보기보다는 당연히 누려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직장 타이틀 없이 소득으로만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와 대기업 정규직으로서 받는 경우의 차이를 알게 된다면, 그것이 어마어마한 혜택이란 것에 수긍할 것이다. 특히 대기업 재직증명서가 첨부되면 대출 협약이 맺어진 은행은 더 높은 대출한도와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 이때 은행은 당신이 아니라 직장을 보고 빌려주는 것이다.
<p.631>

 

 일반적으로 많은 힐링 스토리들은 "자기 자신을 믿어라"고 한다. 당신은 매우 특별한 사람이고,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믿으라며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물론 이러한 접근이 정신적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힘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의 내면에서 끝나야 할 일이다. 현실은 매우 차갑고 냉정해서 그러한 말랑한 사고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위험을 회피하고 사업에 대한 의구심이 많을수록 끝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p.656>

 

 투자란 철저한 분석을 통해 원금을 안전하게 지키면서도 만족스러운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투기다.
 - <증권분석>, 벤저민 그레이엄

<p.686>

 

 상황이 이런데도 그들은 자기과신이 넘친다. 이는 과거 기업에서 승승장구하던 사람일수록 더하다. 커리어에서 쌓았던 승리의 경험 때문에 다른 분야에서도 잘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규모가 작은 자영업은 오직 개인의 역량에 의지하며 성실성을 연료로 굴러간다. 그래서 시스템에 가려져 있던 개인의 역량이 매우 명확하게 드러난다. 시스템의 일원이던 사람이 개인의 역량으로만 승부를 보는 곳에 뛰어들려면, 먼저 자신의 역량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여전히 기업 시스템의 백업을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한다면 승률은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관리다. 자신이 '관리는 잘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막상 회사를 나와보면 그것이 회사의 시스템이 받쳐 주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p.701>

 

더보기

 이 책을 읽기 전에 김현성 작가의 <자살하는 대한민국>을 먼저 읽었다. 그 책을 읽으며 대학을 졸업하고 금융권에서 일한 작가가 우리나라 자영업 현실에 대해서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궁금했다. 해답은 책의 마지막 부분인 '감사의 말'에 있었다. 작가가 책을 쓰기 위해 참고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알리는 다양한 책이 있었다. 그걸 보며 나는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내가 너무 관심이 없었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 <골목의 전쟁>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자영업을 하는 것이 얼마나 전쟁 같은 일인지 설명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영업에 대한 사실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 자영업에 관한 오해와 편견을 깨고 현실을 알려준다. 각종 학문적 지식으로 가득 찬 경제 전문가의 글이 아니라 실제 자영업을 해보고 골목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의 글이라 그런지 읽기 쉬운 것도 하나의 장점이다. 내가 자영업을 하게 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 그걸 떠나 '자영업의 세계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내가 전혀 몰랐던 분야에 대해 한 번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