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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육 쇼크 > 포 브론슨, 2009

by Ditmars 2025. 3. 24.

<양육 쇼크> 포 브론슨, 2009

 

 "자녀를 칭찬하는 것은 사실 부모 자신을 칭찬하는 것과 같다."
 -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 (심리학 박사)

<p.37>

 

 부모가 아이의 실패를 모른 척하고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고집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미시건대학교의 제니퍼 크로커(Jennifer Crocker)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아이는 실패를 끔찍한 것이라고 믿고 있는데 가족들은 실패의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는 현실을 꼬집었다. 실패를 논의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아이는 실수로부터 아무 것도 배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p.44>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노력해서 실패에 반복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은 심리학에서도 제대로 된 연구를 통해 밝혀진 하나의 특성이다. 이러한 특성, 즉 끈기 있는 사람들은 넘어져도 잘 일어나고 만족감이 장기적으로 지연되는 상황을 맞아도 동기를 잃지 않고 잘 유지해나간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들을 탐구해본 끝에 나는 끈기가 의지를 갖춘 의식적인 행동일 뿐만 아니라 두뇌 회로가 관장하는 무의식적인 반응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의 로버트 클로닌저(Robert Cloninger) 박사는 끈기를 관장하는 신경망이 전두엽피질과 복측선조체를 관통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이 회로는 마치 스위치처럼 두뇌의 보상 중추를 살피면서 즉각적인 보상이 부족할 것 같으면 중재에 나서 "노력을 멈추지 마. 저기 곧 도파(dopa, 성공에 대한 두뇌의 화학적 보상)가 분비될 거야"라고 말한다. 클로닌저 박사는 MRI 단층촬영을 통해 이 스위치가 정기적으로 활성화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거의 활성화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들은 보다 적극적인 회로를 갖고 태어나는 걸까?
 클로닌저 박사는 그 이유를 밝혀내기 위한 한 가지의 실험을 했다. 미로 속에 생쥐를 집어넣고 도착점에 도달해도 곧바로 보상을 해주지 않는 방식으로 끈기를 훈련시킨 것이다.
 "핵심은 바로 부정기적인 강화입니다"라고 클로닌저 박사는 말했다.
 우리 두뇌는 좌절을 안겨주는 시간도 얼마든지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학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클로닌저 박사는 "지나치게 잦은 보상을 받으며 자란 사람은 보상이 사라지면 그만두기 때문에 끈기를 기를 수가 없습니다"라고 충고했다.

<p.45>

 

 엄마 아빠는 널 믿는다. 엄마 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란다. 이와 비슷한 마음으로 우리는 가능한 최고의 학교를 찾아다니며 경쟁하는 환경 속에 아이들을 밀어 넣는다. 그리고 환경의 강도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칭찬을 해단다. 속으로는 너무도 많은 것을 기대하면서 기대치를 숨기고 겉으로는 달콤한 칭찬만 하는 것이다. 이중적인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칭찬 철회 마지막 단계에서 나는 루크에게 똑똑하다고 말해주지 않는 것은 지능에 관해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는 뜻임을 깨달았다. 칭찬을 통한 개입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너무 일찍 가르쳐주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 아이가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면 어떻게 하지? 아직 어린데 모든 것을 맡겨놓아도 괜찮을까? 오늘도 나는 여전히 걱정이 많은 부모다. 오늘 아침에도 유치원에 가는 루크를 시험해보았다.
 "어려운 일을 생각하면 네 두뇌가 어떻게 될까?"
 "커져. 근육처럼."
 아이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전에도 한 번 맞힌 문제다.

<p.55>

 

 수면은 지구상의 모든 종에게 생물학적 필수사항이다. 그러나 오직 인간만이 수면의 견인력에 저항할 수 있다. 우리는 수면을 신체적인 필요사항으로 보기보다 하나의 특징으로 바라본다. 즉 잠은 피로를 인정하는 약함의 징표고 잠에 굴복하지 않는 것은 강함의 징표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잠을 많이 잔다는 것은 나약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잠을 줄여서 얻는 대가만 생각해서 그 희생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p.74>

 

 거짓말을 하면 벌을 주겠다고 위협하는 일이 늘어나면 아이들은 잠재적으로 입을 수 있는 개인적 손실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거짓말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생각하지 못하고 오히려 다른 곳에 신경 쓰게 된다. 실제 연구결과 학자들은 지속적인 처벌의 위협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거짓말을 덜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오히려 이 아이들은 남들보다 더 일찍 거짓말 기술을 터득한다. 되도록 들키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p.97>

 

 아이들에게 정말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말은 "네가 엿보았다고 해도 화내지 않을게. 사실을 말하면 엄마는 정말 기쁠 거야"이다. 이는 사면의 약속과 좋은 방법을 동시에 알려주는 말이다. 탤워 박사는 최근 발견한 연구내용을 설명해주었다.
 "어린아이들은 부모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부모를 기쁘게 해주려고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하면 부모를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말해주는 것은 아이들이 원래 품고 있었던 생각, 즉 진실을 말하는 게 아니라 좋은 소식을 말하는 것이 부모를 행복하게 해줄 거라는 생각에 도전장을 던져주는 것이다.

<p.99>

 

 대부분의 영재교육 프로그램 설계방식을 보면 고르지 못한 발달이 사실상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인지기술은 발달했지만 발음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는 훗날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새로운 방식으로 추상적인 시어를 만들어낼지 모른다. 다른 데는 전혀 관심 없이 오직 공룡에만 심취해 있는 만 4세 아동은 어딘가 모자란 듯 보인다. 그러나 다른 맥락으로 보면 오히려 집중력과 방법론을 개발해 학습에 큰 도움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만 2세 이후로 책을 술술 읽을 수 있는데, 네 개의 블록을 맞추지 못하는 아이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수많은 대기만성형 아이들이 영재가 아니라는 오해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권력자들은 이들의 잠재성을 개발하는 것은 시간과 자원의 낭비라고 법령을 공포해버렸다. 영재반 출석부는 이미 완성되어버린 것이다.

<p.143>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는 청소년들이 거짓말을 하는 주된 이유를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부모를 속이는 가장 보편적인 이유는 '부모와의 관계를 보호하고 싶어서' 와 '부모님이 나에게 실망하는 게 싫어서' 였습니다." (...)

 "많은 부모들이 철저한 규칙을 강제하지 않고 관대해야 청소년 자녀가 비밀을 더 잘 털어놓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라고 달링 박사는 말했다.
 부모들은 자녀에게서 정보를 듣는 것과 엄하게 구는 것 사이에서 거래를 하고자 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것보다는 진실을 전해 듣고 도움을 주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달링 박사는 관대한 부모들이 실제로는 아이의 사생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점점 거칠어지고 문제행동을 일삼는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가 규칙이나 기준을 정해놓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부모들은 아이가 무슨 일을 하든 받아주고 사랑해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이러한 규칙의 부재를 부모가 자신을 전혀 좋아하지 않고 관심을 주지 않는 표시로 생각합니다. 부모가 부모로서의 임무를 원하지 않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거지요."

<p.179>

 

 연구자들은 여가시간이 많은 아이들만 지루함을 느끼는 것이 아님을 발견했다. 바쁜 아이들조차 지루함을 느끼는 이유가 두 가지 있었다. 첫째, 이 아이들은 단지 부모가 하라고 등록을 시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많은 과외활동을 하고 있었다. 본질적이고 내재적인 동기가 없으니 당연히 지루하다. 두 번째, 이 학생들은 부모가 여가시간을 채워주는 데 익숙해져 있어서 스스로는 어떻게 여가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부모의 통제가 심할수록 자녀는 지루함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콜드웰 박사는 말했다.

<p.184>

 

 속임수가 적은 가족 안에서는 그만큼 논쟁이나 불평의 빈도가 훨씬 더 높았다. 그러므로 논쟁은 좋은 것, 논쟁은 솔직한 것이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이를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논쟁은 부모들에게 스트레스만 줄 뿐이다.
 달링 박사는 이 같은 사실을 필리핀에서 실시한 연구결과에서도 똑같이 발견했다. 달링 박사는 미국 가정보다 필리핀 가정에서 평균적으로 논쟁이 덜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필리핀 가족은 충돌하지 않고 가족 내 화합해야 한다고 믿는 편이었기 때문에 자녀들이 부모에게 감히 도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부모에게 평생 갚을 수 없는 빚을 지고 있다고 배우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는 순종적인 아이를 착한 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이 언쟁과 토론을 기피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높은 정도의 충돌을 목격했습니다. 우리의 예측과 정반대였지요."
 생각과 전혀 상반된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 달링 박사는 보다 심도 있는 분석을 시도해보았다. 필리핀 청소년들은 부모가 정한 규칙에 대해 싸우고 있었지만 규칙을 정한 부모의 권위와 싸우고 있지는 않았다. 규칙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고 느낄 수는 있었지만 규칙을 훨씬 잘 지키고 있었다. 한편 미국 가정의 청소년들은 굳이 논쟁을 벌이지 않았다. 오히려 부모의 바람대로 잘 해나가고 있는 척하고 있었고 스스로 그렇게 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겉모습은 몹시 버릇없어 보이겠지만 사실 어떤 싸움은 불손이 아닌 존경의 표시이기도 한 것이다.

<p.194>

 

 좁은 의미로 마음이 약한 부모란 아이가 울거나 보채는 꼴을 볼 수가 없어서 굴복하는 사람이다. 즉 자녀의 입을 다물게 하려고 달래주는 것이다. 이들은 자녀의 친구가 되고 싶기 때문에 자녀의 눈에 나쁜 사람으로 비치는 게 불편하다. 이런 모습은 자녀가 자신의 말을 잘 들어준다고 느끼는 부모와는 다르다.
 또 자녀가 왜 규칙이 바뀌어야 하는지 합당한 주장을 하면 결정을 바꿔줄 수 있는 부모와도 다르다. 낸시 달링 박사 역시 같은 차이점을 발견했다. 자녀가 거짓말을 가장 적게 하는 부모의 유형은 규칙을 정해놓고 지속적으로 지킬 것을 강요하지만 규칙을 정하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
 "자녀의 보통 통행금지 시간이 밤 11시인데 뭔가 특별한 일이 생겼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이런 유형의 부모들은 '좋아, 그날 밤만은 특별히 1시에 집에 와도 좋아' 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되면 자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시간을 존중하게 되지요."
 이러한 상호협력이 부모의 권위를 지켜준다.

<p.196>

 

 스스로 관심을 지속시킬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마음의 도구 수업의 핵심적인 초석이다. 부모들은 보통 자녀에게 선생님 말에 집중하고 순종하라고 가르친다. 주위가 산만하면 학습이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의 도구는 동전의 반대 면을 강조한다. 아이들이 자신이 고른 활동에 푹 빠져 있으면 주위가 산만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이들은 직접 쓴 놀이계획안에 명시한 역할을 해냄으로써 철저히 그 순간 속에 존재한다. 1950년대 러시아에서 실시한 유명한 한 실험에서 아이들에게 최대한 오래 움직이지 말고 서 있으라고 했더니 2분을 버텼다. 두 번째 집단에게는 보초를 서는 군인인 척 해보라고 했더니 11분을 버텼다.

<p.220>

 

 "어린이집에 다니는 연령대는 프로그램 결말에 주어지는 정보와 그 전에 일어났던 사건들 사이의 관계를 아직은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이나 나이가 많은 아이들처럼 전반적인 '교훈'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눈에 보이는 행동을 배우게 된다."
- 오스트로브 박사

<p.240>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가 서로 다정한 모습을 보였을 때만큼이나 다툼 뒤 문제가 해결된 상황에서 똑같이 안정감을 느꼈다.
 이런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자녀를 의식하고 말다툼 도중에 2층으로 올라가버리는 부모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녀에게 "엄마 아빠 이제 화해했어"라고 말해주지 않을 경우 더욱 그렇다. 커밍스 박사는 또한 부부가 자녀가 없는 곳에서 다툰 경우 아이는 싸움 장면을 전혀 보지 못했겠지만, 뭔가를 눈치 채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커밍스 박사는 최근 건설적인 상호충돌을 목격하는 일은 아이에게 오히려 좋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만 싸움의 양상이 점점 악화되지 않아야 하고, 욕설은 삼가야 하며, 사랑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이런 경우 안정감을 향상시켜주고 교사가 측정한 학교 내 순사회적 행동도 향상되었다.
 "화해는 이익을 보기 위한 조작이 아니라 진심을 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속까지 훤하게 꿰뚫어봅니다."라고 커밍스 박사는 강조했다.
 아이들은 갈등이 해소되는 순간 교훈을 배운다. 이 다툼은 아이들에게 타협과 화해의 방법을 본보기로 보여준다. 다툼을 목격하지 못하게 꽁꽁 숨겨 둔 아이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교훈이다.

<p.248>

 

 버지니아대학교 교수이자 임상의인 조셉 앨런(Joseph Allen) 박사는 현대의 많은 부모들이 '양육 모순'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자녀를 보호하는 것은 부모의 자연스러운 본능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 삶의 성공과 실패에 대처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모로서의 본능은 건강한 것이고 50년 전의 부모들도 역시 같은 본능을 지니고 있었어요. 하지만 당시 부모들은 중재와 개입에 나서줄 시간이나 여력이 없었을 뿐입니다. 오늘날은 다양한 이유 때문에 그러한 구속력이 우리를 막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는 말 그대로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습니다."라고 앨런 박사는 설명했다.

<p.252>

 

 에몬스 박사는 후속연구에서 학부생들에게 2주 동안 매일 감사 일기를 쓰게 하고 가까운 친구들에게는 실험대상 학생을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즉 실험대상이 느끼는 행복지수의 향상이 내면의 느낌 이상인지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이 행복지수는 실제로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대답은 확실히 '그렇다'였다. 친구들 역시 실험대상이 좀 더 다정해지고 정서적으로 도움을 준다고 느꼈다.
 철학자들은 오래전부터 감사의 중요성에 대해 기술해왔다. 키케로는 이를 다른 모든 덕목의 부모라고 불렀다. 셰익스피어는 배은망덕을 대리석 심장을 가진 악마로 묘사하고 특히 아이들의 배은망덕은 바다괴물보다 더 무시무시하다고 공공연히 비난했다. 그러나 에몬스 박사의 연구결과가 나오기까지 우리는 정말로 감사하는 마음이 행복을 일으키는지 아니면 단순히 행복의 부산물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확실히 두 가지는 함께 뜨고 함께 지지만 에몬스 박사는 감사하는 마음이 독립적으로 커질 수 있으며, 그 결과 더 큰 행복을 낳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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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부모가 자녀를 키우며 알게 모르게 당연하다고 믿었던 지식이나 정보가 실제로는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자녀 양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여러 사례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제시하는 책이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며 그간 내가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던 자녀 양육법들 중에 잘못된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그것들을 한 번 적어볼까 한다. 

 

1. 아이가 실수를 하거나 실패를 했을 때 그것을 모른 척 하고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라고 말하는 것. 

 

 나는 내 실수나 실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남이 언급하는 것은 더 싫다. 남에게나 나 스스로에게나 잘하는 모습,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인지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정작 그 실수들에 대해서는 은근슬쩍, 얼렁뚱땅, 모른척 지나가려 한다. 그래서인지 내 아이가 어떤 실수를 했을 때도 실수를 돌이키며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얘기하기보다는 다음에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면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얘기하는 편인 것 같다. 그러나 책에 의하면 이는 아이로부터 실수 혹은 실패를 논의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고 이로부터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고 말한다. 다음에는 내가 실수했을 때도 그렇고 아이가 실수 했을 때도 '다음에는 이렇게 해야지'라는 말보다 '이렇게 하다가 실수를 했어'라는 식으로 같이 얘기를 해봐야겠다.

 

2. '얘는 누굴 닮아서 이렇게 끈기가 없어?' 혹은 '타고난 성격이 끈기가 없는 아이야'라는 생각

 

 끈기라는 것을 생각할 때 이것이 학습의 대상이 아니라 타고난 기질이나 성격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사람 성격은 끈기가 아주 강하고, 저 사람은 끈기가 별로 없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책에 의하면 끈기는 '부정기적인 강화'에 의한 학습의 대상이라고 한다. 부정기적인 강화라는 말의 의미는 행동에 대한 보상이 어쩌다 한 번씩 일어나게 만든다는 뜻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리의 뇌에는 보상이 없을 때도 '곧 보상이 주어질 거야, 조금만 더 참아'라고 중재하는 회로가 있다. 이 회로는 부정기적인 강화를 겪게 되면 이렇게 어쩌다 한 번씩 일어나는 보상을 위해 참고 기다리는 역할을 학습하고 강화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잦은 보상을 받는 경우 이렇게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보상을 위해 참고자 하는 뇌의 회로가 강화되지 않아 즉각적인 보상이 없는 경우 바로 행동을 중단해 버리는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끈기가 꽤 강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넉넉하지 않았던 집안 형편 때문에 보상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딱히 없었다. 그런 환경이 강한 끈기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줬던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내가 키우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많은 보상이 자주 이뤄지고 있는지 고민해 보게 되었다. 

 

3. 자녀가 거짓말하면 엄하게 혼내서 다시는 못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

 

 책에 의하면 '처벌의 위협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오히려 남들보다 더 일찍 거짓말 기술을 터득해 되도록 들키지 않는 법을 배운다'라고 한다. 이 부분이 무릎을 치게 했다. 나도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혼나는 포인트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거짓말이었다. 거짓말에 대해서는 유독 크게 혼났기 때문에 그 뒤로 거짓말을 안 하려고 노력한 것도 있었지만 거짓말을 하게 된다면 최대한 정교하게 하고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리고 책에서는 아이가 거짓말을 했을 때의 올바른 대화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네가 엿보았다고 해도 화내지 않을게. 사실을 말하면 엄마는 정말 기쁠 거야." 최근 다른 책에서도 아이의 거짓말은 성장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행위라는 내용을 읽었는데 아이가 거짓말했을 때 마냥 엄하게 혼내지만은 말아야겠다.

 

4.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 싶어요'라는 생각

 

 나는 지금은 이 생각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말은 최근 몇 년 간 부모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말이기도 하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지금보다 엄하고 또 가부장적이었기 때문에 그 밑에서 자란 요즘 세대들이 '내가 부모가 되면 그러지 말아야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자녀들과 친구처럼 지내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다. 나 역시 비슷한 세대의 부모로서 충분히 공감 가는 말이다. 그러나 친구 같은 부모가 되는 건 매우 조심해서 접근해야 하는 양육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친구 같은 부모가 자칫 부모로서의 권위를 잃어버리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이를 두고 이런 식으로도 표현했다. '좁은 의미로 마음이 약한 부모란 아이가 울거나 보채는 꼴을 볼 수가 없어서 굴복하는 사람이다. 즉 자녀의 입을 다물게 하려고 달래주는 것이다. 이들은 자녀의 친구가 되고 싶기 때문에 자녀의 눈에 나쁜 사람으로 비치는 게 불편하다.' 또한 책 속에 나온 실험 결과에 따르면 많은 부모들이 철저한 규칙을 강제하지 않고 관대해야 청소년 자녀가 비밀을 더 잘 털어놓을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아이는 이러한 규칙의 부재를 부모가 자신을 전혀 좋아하지 않고 관심 주지 않는 표시이자 부모가 부모로서의 임무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있다. 그러므로 친구 같은 부모가 되겠다는 건 말처럼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러 방면에서 고민하고 정교한 방법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일이다.

 

5. '부부가 싸우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안 된다'라는 생각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들 앞에서 싸우지 않는 건 화목한 가정을 위한 필수 요소 아닌가. 그런데 책에 의하면 싸우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싸운 뒤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부부가 같이 살면서 한 번도 안 싸우고 살 수는 없다. 특히 자녀가 생기고 같이 자녀를 양육하다 보면 더 그렇다. 나도 아내와 다툴 일이 생기게 되면 최대한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다툰다던지 아니면 싸움을 미룬다던지 했었는데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자녀를 의식하고 말다툼 도중에 2층으로 올라가 버리는 부모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녀에게 "엄마 아빠 이제 화해했어"라고 말해주지 않을 경우 더욱 그렇다. 커밍스 박사는 또한 부부가 자녀가 없는 곳에서 다툰 경우 아이는 싸움 장면을 전혀 보지 못했겠지만, 뭔가를 눈치채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 이 내용을 읽고 뜨끔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내용은 정말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아이들은 갈등이 해소되는 순간 교훈을 배운다. 이 다툼은 아이들에게 타협과 화해의 방법을 본보기로 보여준다. 다툼을 목격하지 못하게 꽁꽁 숨겨 둔 아이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교훈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다툼을 목격조차 하지 못하게끔, 다툼이 뭔지도 모르게끔, 말하자면 원천 봉쇄를 하려고 했었던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우리가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메시지는 '다툼은 절대 안 돼'가 아니라 '다툼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다툼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화해다'라는 메시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 역시 아직도 건전하고 바르게 다투는 것을 잘 못하고 화해하는 건 더 미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 원인에는 부모들이 으레 가졌던 '아이들 앞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지' 같은 생각 때문에 다투고 화해하는 것을 주변에서 보고 배우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내와 연기로라도 다투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야 하는지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꼭 유념하고 다음에 아내와 의견 충돌이 생기는 경우 써먹어봐야겠다.

 

6. '아이들이 지루해하는데 부모가 뭐라도 해줘야 하지 않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고 싶어요'라는 생각

 

 첫째를 키우며 많은 고민을 하게 한 생각이다. 시작은 지루해하는 아이를 위해 뭐라도 해주는 부모 같은 콘셉트가 아니었다. 그저 내 아이와 놀아주고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마음에 불과했다. 집에 있을 때면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아이와 놀아줬기 때문에 첫째가 아기였을 때부터 "오늘은 뭐 하고 놀까?"라든지 "이거 한 번 해볼까?" 같은 말들을 많이 하며 놀았다. 둘째와는 터울이 있는 편이라 5살이 될 때까지 혼자였던 아이는 그렇게 부모와 하는 놀이에 익숙해져서인지 어느샌가부터 "놀아줘", "심심해"를 입게 달고 살게 되었다. 그러나 아기 때와는 다르게 놀아줘야 하는 시간도 많아지고 해야 하는 집안일도 늘어나는데 계속 놀아줄 수만도 없어서 언제부턴가 이 '놀아주는 것' 때문에 아이와 계속 실랑이를 하는 부모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고민을 비슷한 나이의 자녀를 둔 부모들과 얘기해 보면 '우리 때는 부모님이 놀아주는 게 어딨어. 부모님은 일하느라 집안일하느라 바빠서 거의 바깥에서 동네 또래들과 놀거나 집에서도 형제자매들과 놀 수밖에 없었지. 부모님과 놀았던 기억은 어디 놀러 가는 거 말고는 딱히 없는 것 같은데?'라고 말하며 각자의 고충을 나눌 수 있었다. 나 역시 어렸을 때를 돌이켜보면 그랬던 것 같아서 집에서 뭘 하며 놀아야 할지 몰라하고 지루함 끝에 결국 TV를 보여달라고 하는 첫째의 모습을 보며 '무엇이 문제일까? 내가 어떤 잘못을 했을까?' 같은 생각을 하곤 했는데 그에 대한 해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책에서는 '부모가 여가시간을 채워주는 데 익숙해져 있어서 스스로 어떻게 여가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몰라 지루해한다. 부모의 통제가 심할수록 지루함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한다. 즉,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놀아줬던 부모의 행동이 자칫 아이로부터 '스스로 노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과거에는 부모 세대의 금전적, 시간적 여유 부족으로 인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부족해서 생기는 결핍의 문제였다면 현재는 그 반대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늘어나 생기는 과잉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잉 현상은 비단 '놀아주는' 문제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요즘 세대의 자녀 양육에서 나타나는 많은 부정적인 면들의 잠재적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적으로 부족함 없이 키우려는 생각에 자녀가 사고 싶어 하는 장난감을 아낌없이 사주는 것도 과잉 육아의 일종이고 아이의 대인관계가 걱정되어 친구 관계까지 부모가 나서서 통제하는 것도 과잉 육아다. 책에서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자녀를 보호하는 것은 부모의 자연스러운 본능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 삶의 성공과 실패에 대처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모로서의 본능은 건강한 것이고 50년 전의 부모들도 역시 같은 본능을 지니고 있었어요. 하지만 당시 부모들은 중재와 개입에 나서줄 시간이나 여력이 없었을 뿐입니다. 오늘날은 다양한 이유 때문에 그러한 구속력이 우리를 막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는 말 그대로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습니다.'

 나는 육아에 '부모 에너지 절약 모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마치 노트북처럼 말이다. 과거에는 노트북의 성능 자체가 부족하고 여유가 없었다. 따라서 늘 최대 성능을 낼 수 있도록 기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현재는 기술의 발달로 성능에 충분한 여유가 있다. 최신 게임을 하지 않는 이상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노트북 성능은 글을 쓰고, 편집을 하고, 영상을 보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오히려 가지고 있는 성능과 메모리가 남는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최대 성능을 계속 내게끔 하는 건 기기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배터리만 빠르게 소모하게 만들 뿐이다. 그래서 노트북 회사는 현재 필요한 성능만 내면서 배터리를 더 오래 쓸 수 있게 하는 '에너지 절약 모드'를 이용하여 노트북의 성능을 인위적으로 제한한다. '부모 에너지 절약 모드'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세대의 부모는 물질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과거에 비해 여유가 많다. 그러나 그렇다고 부모의 모든 자원을 쏟아 자녀를 키운다면 과잉육아가 되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다. '결핍의 부재'가 만드는 부작용이다. 따라서 부모의 본능을 인위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장난감 사주는 횟수를 정하거나 혼자 노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과 같은 사소한 제한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자녀가 인생을 살면서 겪게 될 수많은 고난과 역경도 때로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묵묵히 지켜봐 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