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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프라하 시립 도서관 (Municipal Library of Prague)

by Ditmars 2025. 5. 15.

도서관 전경

 

  • 주소 : Mariánské nám. 98/1, 110 00 Josefov (트램 정거장 Staroměstská에서 도보로 이용 가능)
  • 운영시간 : 평일 오전 9시 ~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1시 ~ 오후 6시, 일요일 휴무
  • 열람실 무료 이용 가능, 화장실 유료(지하 1층에 있는데 화장실을 지키는 아주머니께 10 코루나를 내야 한다), 와이파이 무료

 

Idiom Book Tower

 

 도서관 여는 시간에 맞춰 도착한 그 곳에서 나는 도서관 바깥으로 길게 늘어선 줄과 사람들에 당황했다. 도서관에 왜 이렇게 줄이 길지? 아직 도서관 문을 안 열었나? 나도 줄을 서야 하나? 회원 등록이 오래 걸리나? 이런저런 생각으로 도서관 입구 근처를 기웃거리다 보니 그 옆에 있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또 다른 입구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입구로 들어가자 그제야 많은 사람들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바로 도서관 입구에 설치된 북타워(Idiom Book Tower)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여행자들이었다. 설명에 따르면 'Idiom'이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이름을 가진 이 북타워는 1998년에 8,000권의 책을 쌓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나는 도서관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리고 그냥 지나가면서 봐도 될 것 같은데 굳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에 대한 의문도 생겼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북타워 내부에는 위아래로 거울이 설치되어 있어 갈라진 틈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면 위아래로 끝없이 쌓인 책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검색하면 멋진 사진들을 볼 수 있다.) 그제야 왜 이 북타워가 무한한 지식(Infinity of Knowledge)을 상징한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한 장의 사진을 위해 기다려야 하는 줄이 사악하게 길었다.

 

도서관 내부

 

 바깥의 웅성거림과 많은 사람들을 뒤로 하고 도서관에 들어서면 조용하고 익숙한 도서관 로비의 모습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무로 된 서가와 그곳을 채운 가득한 책, 나무로 된 의자와 책상 등 마음이 편해지는 공간이었다. 프라하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시립 도서관이 여러 군데 있다. 프라하 언어로 'Městská knihovna v Praze' 라고 하는데 영어로 'Municipal Library of Prague' 라는 뜻이다. 그리고 내가 이번에 방문한 곳은 여러 지점 중에서도 Central Library, 한국말로 하면 중앙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프라하 어디에 머물든 구글 지도에 위의 'Městská knihovna v Praze'를 검색하면 자신의 위치와 가장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 방문해 볼 수 있다. 

 

도서관 2층

 

 멋진 나선형의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조그만 열람실이 있다. 전체적으로 시설이 세련되거나 현대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그래서 더 좋았다. 간혹 어떤 도서관은 최첨단의 시설로 무장한 곳이 있다. 열람실에 놓인 수많은 컴퓨터, 미적 감각을 듬뿍 살린 책상과 의자, 현대적인 인테리어, 여러 전자책과 생체 인식 시스템, 서가를 누비는 로봇까지. 그곳에서는 책을 읽는 행위가 낯설다. 책이라는 인류 역사의 아주 오래된 발명품을 보관하는 장소로써도 낯설다. 최신 기술로 무장한 로켓우주공학 전시관에서 색이 바랜 문고본이나 종이 신문을 읽고 있는 것처럼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최신 기술이 적용된 도서관에서는 책이 담고 있는 정보와 의미에 초점을 맞춘다. 그것을 어떻게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관리하느냐를 고려한다. 만약 그곳에 있는 모든 텍스트를 정보화하여 인터넷 공간 속에 담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어쩌면 미래의 도서관은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래된 도서관에서는 책의 물성에 초점을 맞춘다. 책이 차지하는 물리적 공간, 책의 두께와 무게, 책의 냄새와 느낌. 책의 물성이 줄 수 있는 심리적 안정이 있다. 그것이 극대화된 곳이 도서관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도서관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