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국립 도서관 (National Library of the Czech Republic)

도서관 가는 길

 

• 주소 : Mariánské nám. 190/5, 110 00 Josefov, 체코
• 운영시간 : 평일 오전 9시 ~ 오후 7시, 토요일과 일요일 휴무
• 열람실 이용 시 One-Day Access Pass를 구매해야 한다. 가격은 20 코루나(한화로 약 1300원). 화장실 무료 이용 가능, 와이파이 무료

 

도서관 입구

 

 프라하 국립 도서관은 가는 길이 헷갈리기 쉽다. 우선 구글맵을 따라 프라하 시립 도서관 맞은 편에 있는 체코 국립 도서관 입구로 들어간다. 들어가면 본 글 첫 번째 사진과 같이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처음에 다들 오픈을 기다리고 있거나 입장권을 구매하려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해당 줄은 '프라하 클레멘티눔 도서관' 방문을 위해 표를 사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었다. '프라하 클레멘티눔 도서관'은 16세기에 만들어져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는 오래된 도서관이라고 한다. 한화 약 2만 원 정도면 클레멘티눔 도서관과 천문탑 가이드 투어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해당 도서관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도서관이 아니라 눈으로 보는 명소라고 해서 나는 이용하지 않았다. 아무튼 저 줄을 지나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위 사진처럼 A라고 적힌, 겉보기에는 다소 평범해 보이는 문이 하나 나오는데 그곳이 체코 국립 도서관 입구다.

 

General Reading Room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측에 라커룸이 있고 조금 더 들어가면 Main Hall이 나온다. 그 곳에서 One-Day Pass를 20 코루나 주고 구매하면 그날 하루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 들어가기 전에 라커룸에 들러야 하는데 나는 가방에서 물과 노트북을 빼고 라커룸에 계신 할머니들에게 재킷과 가방을 맡겼다. 도서관은 전체적으로 가운데 중정을 둘러싼 네모 모양의 구조이며 4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이다. 각 층마다 분야 별 Reading Room이 있는데 나는 그날 General Reading Room만 이용했다. 라커룸을 지나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이 공간은 아주 오래되어 어떻게 열어야 할지도 모르는 문으로 굳게 닫혀 있는데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위 사진과 같이 멋진 열람실이 나온다. 앞쪽으로는 한쪽 벽을 꽉 채운 오래된 벽화와 뒤에는 언제 만들었는지 모르는 석상을 두고 자리에 앉으니 도서관이 주는 엄숙하고도 부드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도서관 중정

 

 바람도 쐴 겸, 도서관 구경도 할 겸 잠시 밖으로 나왔을 때 중정으로 향하는 문을 발견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보니 맑은 하늘이 보였고 분수대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따뜻한 햇살과 동시에 시원한 바람이 느껴져 기분이 상쾌했다. 나는 잠시 벤치에 앉았다. 도서관 외벽을 빼곡히 감싼 담쟁이덩굴이 푸릇푸릇하게 빛을 내며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오래된 분수만이 적은 양의 물을 뿜어내고 있고 낡은 벤치 몇 개 빼고는 특별히 꾸미거나 신경쓰지 않은 이 공간이 투박하지만 그래서인지 더 편하게 느껴졌다. 그동안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것 같은 공간이었다. 지난 400여 년간 나처럼 이 중정에 앉아 있었을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했을 고뇌를 생각하니 2025년을 살고 있는 나 역시 긴 시간 속에 잠깐 머무는 존재일 뿐 그다지 특별할 건 없겠구나 싶었다.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구에 인류가 출현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약 30만 년이라는 시간은 지구와 달이 생겨난 약 45억 년이라는 시간에 비하면 찰나의 순간에 가깝기 때문에 과거의 인류가 보는 달의 모습과 현재의 인류가 보는 달의 모습이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다. 즉, 세종대왕이나 칭기즈칸, 예수와 소크라테스, 투탕카멘이나 쿠푸왕 같은 역사 속 어마무시한 인물들도 밤이면 나와 똑같은 달을 봤다는 뜻이다. 만약 내가 과거로 가서 그 사람들을 만난다면 스마트폰이니 파피루스니 하면서 그 어느 것도 대화가 통하지 않겠지만, "The Moon, you know..." 하면 적어도 그건 서로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신기하면서도 재밌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