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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2012

by Ditmars 2021. 5. 14.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2012

 

 "내가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상담자 중에는 답장을 받은 뒤에 다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 답장 내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지."

<p.167>

 

 "가족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생각은, 좋은 일로 잠시 헤어져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싫어져서, 그만 지겨워져서, 라는 이유로 서로 뿔뿔이 헤어지는 것은 가족의 참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p.258>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난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 같은 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 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p.269>

 

 혼자서 이루어낸 성공이라는 것은 없다.

<p.452, 옮긴이의 말>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은 그나마 행복하다. 그들 앞에는 그래도 길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길도 그려져 있지 않은 백지의 지도 앞에서 막막한 답답함에 빠져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절망조차 사치스러운 얘기인지도 모른다.

<p.452,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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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3인조 도둑이 빈집털이를 한 뒤 도망치던 중 우연히 들어가게 된 낡은 잡화점에 뜻밖의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그날 하룻밤 동안 편지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과거의 사람들이 고민을 담아 보낸 편지에 답장을 해주다 현재의 자신이 과거의 그들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글을 쓰기 위해 이 책에 대해 찾아보던 중 이 책이 내가 기억하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흥행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잠시 그 기록을 보면 2010년부터 10년 동안 국내 베스트셀러 소설 1위였으며, 2018년 누적 판매 100만 부 기록, 2020년 국내 100쇄 발행된 어마어마한 흥행 기록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히가시고 게이고의 작품 중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여러 번 읽어보았고 읽을 때마다 읽기 쉽고 재미있다는 점에는 적극 동의한다. 그러나 '이 책이 히가시고 게이고의 작품 중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이라니...' 라는 허탈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학창 시절, 작가의 작품을 통해 추리와 미스터리의 세계에 빠져있었던 경험이 너무 강렬해서일까, 히가시고 게이고의 작품 중 몇 안 되는 순한 맛 버전의 이 책이 대중들에게는 가장 널리 알려진 책이라는 점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그의 책 중에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가가 형사가 나오는 <졸업>, <붉은 손가락>도 있고,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유명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도 있고, 장편 중에는 <방과 후>, <동급생>, <백야행>, <비밀>도 있고, 단편 중에 <괴소 소설>, <독소 소설>, <흑소 소설>도 빼놓을 수 없는데 말이다. 만약 이 책을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를 처음 알게 된 사람이 있다면 내가 위에 언급한 소설들도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400페이지가 넘는 꽤나 긴 소설이다. 게다가 책의 내용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인물과 인물이 교묘하게 얽혀 있어 자칫 읽기 어려워질 수 있음에도 작가는 쉽고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소설의 곳곳마다 웃음과 감동이 섞여 있는 한 편의 영화 같은 책이다. 시간이 많은 주말 낮에 여유롭게 소파에 앉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