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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의 인문학 > 브라운스톤(우석), 2019

by Ditmars 2022. 5. 25.

<부의 인문학> 브라운스톤(우석), 2019

 

 마이클 포터가 말하는 전략적 사고란 어떤 것인지, 아주 쉬운 예를 들어보자. 거북이가 토끼랑 경주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체력을 기르고 노력하고 쉬지 않고 열심히 달리면 이길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요즘 토끼는 낮잠을 자지 않는다. 거북은 육상 달리기 시합을 하면 언제나 질 수밖에 없다. 거북은 육상 시합 대신에 수영 시합을 하자고 해야 한다. 이런 게 전략적 사고다.

<p.49>

 

 그런데도 대중은 각자 자기가 믿는 도덕적 잣대를 기준으로 시장의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태도는 매우 위험하다. 도대체 누가 도덕적 기준을 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시장은 도덕적 기준으로 보상하지 않는다. 그러니 시장경제에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어리석음은 부디 벗어나길 바란다.

<p.63>

 

 왜 사람들은 노예의 길을 선택하는가

 하이에크는 자신의 저서 <노예의 길>에서 대중은 노예로 가는 길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아주 쉽게 설명해보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의 <자유로부터의 도피Escape from Freedom>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읽지는 않았어도 들어보기는 했을 것이다. 이 책의 핵심은 이렇다. 인간은 자유를 얻었지만 고독과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고독과 불안을 피하기 위해서 인간은 권위에 복종하게 된다.
 이해하기 쉽도록 부동산을 예로 들어보자. 향후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 지금 집을 사야 하는 건지 아닌지... 지금 사면 상투를 잡고 손해를 보는 게 아닌지 너무 불안하다. 부동산을 공부할 틈도 없고 공부는 재미가 없고 힘들다. 누군가가 대신 정답을 가르쳐 주면 좋겠다. 그래서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는 대중은 구루를 선택하고 따른다. 그런데 아뿔싸! 대중이 이런 식으로 선택한 구루가 폭락론자 선 모 씨였다. 그래서 많이 망했다.
 또 어떤 대중은 집값이 급변동되니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켜 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정부가 반시장적 규제를 하라고 요구한다. 더 나가서 정부가 집을 배급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나라가 바로 공산국가다. 이런 정책으로 성공한 공산국가가 지구 상 어디에 있던가?
 불안으로부터 도피하는 또 다른 선택은 종교다. 종교의 세계에는 불확실한 것이 없고 모든 것이 분명하고 확실하다. 종교는 덤으로 현재의 괴로움도 내세에 보상받을 것이란 위로도 준다. 사람들은 자유를 원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자유로부터 도피한다. 국가나 구루나 종교로 도피한다. 그래서 노예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왜 자유를 버리고 노예의 길을 선택할까? 자유는 경쟁이 기본이고, 노력이 기본이고, 책임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경쟁하기 싫고 노력하기도 싫고 책임지기도 싫은 미성숙한 대중이 쉽게 원하는 게 무엇일까? 이럴 때 달콤하게 등장하는 정치 세력은 파시스트나 공산주의 같은 전체주의자다. 이들은 대중에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속삭인다. 그냥 모든 건 정부가 다 해준다고 약속한다. 그것도 공짜로 말이다. 그렇게 해서 불안한 대중은 자유로부터 도피해서 노예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노예의 길을 걷지 않으려면 대중이 자유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성숙해야 한다. 어린애처럼 요구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 노력하고 경쟁을 받아들이고 책임을 질 줄 아는 성숙함을 가져야 한다.

<p.64>

 

 서울 집중화와 발전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니 서울에 집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물려도' 서울에서 '물려야'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고 수익을 낼 수 있다. 승부처가 항상 서울이라는 점은 어떠 경우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p.105>

 

 헨리 조지는 경제가 성장하고 세상이 진보하는데도 왜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품었다. 끝없이 질문을 던지던 그는 자기 나름의 답을 찾았다. 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해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땅값 때문이라며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모든 지대는 도둑질이다. 지대는 노동에 대한 지속적인 부담이다. 인간이 노동을 하는 모든 순간마다 지대가 빠져나간다. 지대는 깊은 지하에서 생명을 걸고 일하는 사람에게도, 배를 타고 세찬 파도와 싸우며 일하는 사람에게도 부과된다. 지대는 추위에 떠는 사람에게서 온기를, 배고픈 사람에게서 음식을, 병자에게서 약품을, 불안한 사람에게서 평온을 빼앗는다. 지대는 열 식구가 지저분한 단칸방에서 살도록 만든다. 지대의 사유화는 과거의 절도일 뿐만 아니라 현재의 절도이며, 이 세상에 태어나는 어린이들에게서 타고난 권리를 빼앗는 행위다."

<p.117>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절대적인 빈곤이 아니라 상대적인 빈곤이다. 당신이 그다지 불편할 것 없는 쾌적한 아파트에 산다고 해도 동창회를 나갔다가 옛 친구가 더 좋은 직장을 다니고 더 많이 벌어서 당신보다 더 좋은 동네, 더 좋은 아파트에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왜 이리 불행하냐는 생각에 시달려 정신을 가누기 어렵다.
 신분제 시대에는 가난을 변명할 수 있었다. 타고난 신분 때문에 자신이 어쩔 수 없이 가난하다고 변명할 수 있어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신분과 혈통, 성별, 인종, 출신 지역, 계급과 상관없이 누구라도 능력이 있고 재능이 있고 또 운이 따른다면 부자가 될 수 있다. 부자가 경쟁을 통해서 부라는 자원을 차지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럴 만한 능력과 자격이 있다고 여겨지는 세상이 되었다.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는 시대의 도래는 가난한 사람을 더 힘들게 한다. 자신이 훌륭하고 똑똑하고 유능한데도 왜 자신이 부자가 되지 못했는지 변명을 내놓아야 하는 괴로운 처지에 몰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보다는 부자처럼 보이길 필사적으로 원한다. 그래서 베블런의 말대로 과시적 소비와 레저를 추구하고 이걸 SNS에 올려서 자신이 유능하다는 것을 과시한다.
 사람들이 강남, 강남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강남 아파트에 산다고 하면 부자로, 성공한 사람으로 대우해 준다. 그러니 모두가 강남 아파트를 원하게 되는 것이다. 과시를 통해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인간의 본능이 사라지지 않는 한 강남 아파트의 열풍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p.208>

 

 많은 투자자들이 자신이 보유한 재산에 대해서 애착을 느끼고 과대평가하는 보유효과 떼문에 집을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가격에 팔지 못한다.
 보유효과(Endowment Effect) :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소유하고 있을 때 그것을 갖고 있지 않을 때보다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여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내놓는 것을 손실로 여기는 심리 현상을 말한다.

<p.253>

 

 주식 투자와 부동산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본능을 극복해야 한다. 본능을 극복하는 투자법이 진입 장벽이 있어 남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고 효율적인 시장에서도 유효한 투자법이다. (...)
 마찬가지로 인간도 현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 원시적 본능을 극복해야 부자가 될 수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본능대로 산다. 가난하게 사는 게 제일 쉬운 선택이기 때문이다. 본능대로만 살면 저절로 가난하게 살게 된다. 이것이 바로 다수가 가난하고 부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다.
 구석기시대에 최적화된 본능대로 살 것인가, 이를 극복하고 부자가 될 것인가? 내가 부자가 되는 세상의 모든 방법을 알려준다 해도 당신 스스로 원시적 본능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답은 이미 당신 안에 있다.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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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카페 '부동산 스터디'에서 우석이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작가가 펴낸 책이다. 책 제목에 인문학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지금껏 부를 다룬 경제학 이론들을 바탕으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책이다. 작가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그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경제 현상을 바라보고자 한다. 여기서 말하는 거인은 거의 평생을 경제학 연구에 바친 많은 경제학자들이다. 그들의 값진 노력이 담긴 이론을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자본주의 사회의 미래를 예측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다른 재테크 관련 책에 비해 기본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건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흥미가 좀 떨어졌다는 점이다. 1장과 2장은 정말 흥미롭게 읽었는데, 3장은 주식 투자의 기술에 대해서 다뤘기 때문에 읽지 않고 넘어갔다. 마지막으로 4장은 앞서 한 내용의 반복이 대부분이어서 책 초반의 흥미가 끝까지 유지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충분히 다른 누군가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왜냐하면 작가가 지속적으로 부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 왔다면 어떤 이유로 생겨났는지 모를 부에 대한 부정적 편견들이 있다. 부자는 대개 악인이고 가난할수록 선한 사람이 많다는 생각, 빚은 최대한 안 지는 것이 좋다는 생각, 주식 투자는 도박과 같다는 생각, 선량한 세입자를 괴롭게 만드는 건 집주인이라는 생각, 부동산 투기는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 아끼고 저축하면 나중에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등이 그러하다.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일 수도 있고, 언론의 문제일 수도 있고, 정치가의 의도에 의한 것일 수도 있는 이런 생각은 평소 성실하게 노력해왔던 사람들일수록 더 뿌리 깊게 박혀 있어 변하기 쉽지 않다.

 

 이 책은 이런 부정적 편견에 반하는 진실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는 듣기 불편할 수 있는 진실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지금껏 내가 갖고 있던 생각에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명확하게 진실을 말한다. 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