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1Q84 > 무라카미 하루키, 2009

by Ditmars 2022. 12. 26.

<1Q84> 무라카미 하루키, 2009

 

 예리한 정신은 안락한 환경에서 태어나는 게 아니다

<p.45, 1Q84 1>

 

 "결국은, 자신이 배척당하는 소수가 아니라 배척하는 다수에 속한다는 것으로 다들 안심을 하는 거지. 아, 저쪽에 있는 게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야, 하고. 어떤 시대든 어떤 사회든 기본적으로 다 똑같지만 많은 사람들 쪽에 붙어 있으면 성가신 일은 별로 생각하지 않아도 돼."

 "그래, 소수의 사람 쪽에 있으면 성가신 일만 생각해야 하지."

 "그렇다니까."

<p.160, 1Q84 1>

 

 "어딘가에 반드시 끝이 있는 법이야. '여기가 끝입니다' 라고 일일이 적어놓지 않았을 뿐이지. 사다리의 가장 높은 단에 '여기가 끝입니다. 이보다 위쪽에는 발을 얹지 말아주십시오' 라고 적혀 있어?"

<p.187, 1Q84 1>

 

 "나만한 나이가 되면 딱히 호신을 할 필요도 없지만요."

 "나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건 삶의 방식 자체의 문제예요. 항상 진지하게 자신의 몸을 지키려는 자세가 중요해요. 공격받는 걸 그저 감수하기만 해서는 어떻게도 해결이 안 되죠. 만성적인 무력감은 사람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손상시킵니다."

<p.284, 1Q84 1>

 

 두 사람은 나이가 같고 도립 고등학교 소프트볼 팀메이트였다. 아오마메는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소프트볼이라는 경기에 자신의 모든 열정을 바쳤다. 처음에는 그리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멤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끌려가 건성으로 참가했지만, 이윽고 그것은 그녀 삶의 보람이 되었다. 그녀는 자칫 강풍에 휘날려갈 사람이 기둥에 달라붙는 것처럼 경기에 매달려 살았다. 그녀에게는 그런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녀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일이지만, 아오마메는 원래부터 운동선수로서 발군의 자질을 갖고 있었다. 중학교에서도 고등학교에서도 팀의 중심선수였고, 그녀 덕분에 팀은 토너먼트를 거침없이 이기고 올라갔다. 그것은 아오마메에게 자신감 비슷한 것(정확히 자신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에 가까운 것)을 가져다주었다. 팀 내에서 자신이 결코 작지 않은 존재의의를 갖고, 가령 좁은 세계 안에서나마 명확한 포지션이 주어진다는 게 아오마메에게는 무엇보다 기뻤다. 누군가 나를 원하는 것이다.

<p.347, 1Q84 1>

 

 이야기의 숲에서는 사물 간의 관련성이 제아무리 명백하게 묘사되어 있어도 명쾌한 해답이 주어지는 일은 없다. 그것이 수학과의 차이다. 이야기의 역할을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하나의 문제를 다른 형태로 바꿔놓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동의 질이나 방향성을 통해, 해답의 방식을 이야기 형식으로 암시해준다.

<p.380, 1Q84 1>

 

 "당신은 분명코 올바른 일을 했어요. 하지만 그건 무상의 행위여서는 안 됩니다. 왜 그런지 알아요?"

 "잘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당신은 천사도 아니고 하느님도 아니기 때문이에요. 당신의 행동이 순수한 마음에서 나왔다는 건 잘 압니다. 그래서 돈 같은 건 받고 싶지 않은 그 심정도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어떤 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마음이란 건 또 그것대로 위험한 것이랍니다. 살아 있는 몽을 가진 인간이 그런 걸 끌어안고 살아간다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지요. 그러니 당신은 그 마음을 기구에 닻을 매달듯이 단단히 지상에 잡아둘 필요가 있어요. 그러기 위한 것이에요. 옳은 일이라면, 그 마음이 순수한 것이라면 어떤 일을 해도 괜찮다는 것은 아니지요. 내 말 알겠어요?"

<p.395, 1Q84 1>

 

 "쓰바사는 여기 온 지 얼마나 되었지? 육 주일하고 사흘이야. 너는 세어보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나는 똑똑히 헤아리고 있단다. 왜 그런지 아니?"

 "어떤 경우에는 시간이라는 것이 대단히 소중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야. 그저 그것을 헤아려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뜻을 갖게 된단다."

<p.476, 1Q84 1>

 

 시간 그 자체는 균일한 성분을 가졌지만 그것은 일단 소비되면 일그러진 것으로 변해버린다. 어떤 시간은 지독히 무겁고 길며 어떤 시간은 가볍고 짧다. 그리고 때때로 전후가 바뀌거나 심할 때는 완전히 소멸되기도 한다. 있을 리 없는 것이 덧붙여지기도 한다. 인간은 아마도 시간을 그처럼 제멋대로 조정하면서 자신의 존재의의 또한 조정하는 것이리라. 다르게 말하면, 그 같은 작업이 더해짐으로써 가까스로 멀쩡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자신이 어렵사리 지나온 시간을 순서대로 고스란히 균일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 인간의 신경은 도저히 그것을 견뎌내지 못할 게 틀림없다. 그런 인생은 아마도 고문이나 다름없으리라. 덴고는 그렇게 생각했다.

<p.582, 1Q84 1>

 

 "고마쓰 씨, 추락하는 비행기에 함께 탄 거라면 안전벨트를 아무리 단단히 매봤자 아무 도움도 안 돼요."

 "하지만 마음은 달랠 수 있어."

<p.642, 1Q84 1>

 

 "체호프가 말했어. 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왔다면 그건 반드시 발사되어야만 한다, 고."

 "무슨 뜻이죠?"

 "이야기 속에 필연성이 없는 소도구를 끌어들이지 말라는 거지. 만일 거기에 권총이 등장했다면 그건 이야기의 어딘가에서 발사될 필요가 있어. 체호프는 쓸데없는 장식을 최대한 걷어낸 소설 쓰기를 좋아했어."

 "그리고 당신은 그걸 걱정하는 거군요. 만일 권총이 등장한다면 그건 반드시 어딘가에서 발포되는 결과를 낳고 말 거라고."

 "체호프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래."

<p.36, 1Q84 2>

 

 "돈은 필요 없어. 이 세상은 돈보다 오히려 서로 빚을 주고받는 걸로 돌아가거든. 나는 빚지는 건 싫으니까 가능한 한 빚 받을 데를 많이 만들어두지."

<p.89, 1Q84 2>

 

 그 뒤 오랫동안 덴고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행동의 결여를 후회했다. 그 소녀에게 했어야 할 말들을 이제는 얼마든지 마음속에 떠올릴 수 있었다. 그녀에게 말하고 싶은 것, 말해야 할 것들이 덴고 안에는 분명하게 있었던 것이다. 또한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녀를 어딘가로 불러내 이야기를 한다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적당한 기회를 만들고 그저 약간의 용기를 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덴고는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기회는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p.104, 1Q84 2>

 

 "아, 그렇군요. 당신은 아직 젊고 건강하니까 그런 건 잘 모르겠지요.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일정 나이를 넘으면 인생이란 무언가를 잃어가는 과정의 연속에 지나지 않아요. 당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이 빗살 빠지듯이 하나하나 당신 손에서 새어나갑니다. 그리고 그 대신 손에 들어오는 건 하잘것없는 모조품뿐이지요. 육체적인 능력, 희망이며 꿈이며 이상, 확신이며 의미,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 그런 것이 하나 또 하나, 한 사람 또 한 사람, 당신에게서 떠나갑니다. 이별을 고하고 떠나기도 하고, 때로는 어느 날 예고 없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번 그렇게 잃어버리면 당신은 다시는 그것들을 되찾을 수 없어요. 대신해줄 것을 찾아내기도 여의치 않습니다. 이건 참을 괴로운 일이지요. 때로는 몽미 끊어질 듯이 안타까운 일이에요. 가와나 씨, 당신은 이제 곧 서른이 됩니다. 이제부터 조금씩 인생이 그런 저물녘으로 들어서려고 해요. 그것이, 예, 말하자면 나이를 먹는다는 겁니다. 무언가를 잃는다는 이 고통스러운 감각을 당신도 슬슬 느끼고 있을 텐데요. 그렇지 않습니까?"

<p160, 1Q84 2>

 

 "나는 누군가를 싫어하고 미워하고 원망하면서 살아가는 데 지쳤어요. 아무도 사랑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데도 지쳤습니다. 내게는 친구가 없어요. 단 한 사람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해요. 왜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가. 그건 타인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그런 행위를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거예요. 내가 하는 말, 알아들어요?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못하면서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는 없어요."

<p.211, 1Q84 2>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실증 가능한 진실 따위는 원하지 않아. 진실이란 대개의 경우, 자네가 말했듯이 강한 아픔이 따르는 것이야. 그리고 대부분의 인간은 아픔이 따르는 진실 따윈 원치 않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건 자신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의미 있게 느끼게 해주는 아름답고 기분 좋은 이야기야. 그러니 종교가 성립되는 거지. A라는 설이 그 남자 그 여자의 존재를 좀더 의미 있는 것으로 보이게 해준다면 A는 그들에게 진실인 거고, B라는 설이 그 남자 그 여자의 존재를 힘없고 왜소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그건 가짜가 돼. 아주 확실하지. 만일 B라는 설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자가 있다면, 사람들은 아마도 그 인물을 증오하고 묵살하고 어떤 경우에는 공격까지 할 게야. 논리가 정연하다든가 실증 가능하다든가, 그런 건 그들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힘없고 왜소한 존재라는 이미지를 부정하고 배제함으로써 가까스로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지.

<p.276, 1Q84 2>

 

 수학에 대한 관심이 옅어지자, 그리고 대학 졸업이 코앞에 닥쳐 더이상 유도를 계속할 이유가 소멸되자, 앞으로 무엇을 해야 좋을지,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덴고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의 인생은 중심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애초부터 중심이 없는 인생이기는 했지만, 그때까지는 그래도 남들이 그에게 뭔가를 기대하고 요구했었다. 거기에 응하는 것으로 그의 인생은 나름대로 바쁘게 돌아갔다. 하지만 그 요구나 기대가 사라져버리자 그다음에는 이렇다 할 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인생의 목적도 없다. 친구 하나 없다. 그는 잔잔한 물결 같은 정적 속에 홀로 남겨졌다. 어떤 일에도 신경을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

<p.573, 1Q84 2>

 

 "나는 고독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외톨이지만 고독하지는 않아요."

<p.55, 1Q84 3>

 

 매일 똑같은 일의 되풀이다. 그래도 덴고는 의식이 없는 사람을 마주하고 자신의 행동을 아주 상세한 것까지 날마다 보고했다. 상대에게서는 물론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는다. 벽을 마주하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 모든 것은 습관적인 의식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때로는 단순한 반복이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질 때도 있다.

<p.70, 1Q84 3>

 

 초등학교 시절, 그는 변변히 말다운 말을 하지 않았다. 막상 기회가 오면 말을 썩 잘한다는 건, 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친하게 이야기할 상대도 없었고, 사람들 앞에서 말재주를 펼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입을 닫고 있었다. 그리고 남이 하는 말에 (그것이 어떤 말이건)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는 것을 습관으로 삼았다. 거기에서 뭔가를 얻으려고 항상 유의했다. 그 습관은 이윽고 그에게 유익한 도구가 되었다. 그는 그 도구를 사용하여 수많은 귀중한 사실을 발견했다.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머리로 뭔가 생각한다는 걸 아예 하지 못한다. 그것이 그가 발견한 '귀중한 사실' 중 하나였다. 그리고 생각을 하지 못하는 인간일수록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p.229, 1Q84 3>

 

 지식이나 능력은 어디까지나 도구이지 그것 자체를 자랑하며 내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p.306, 1Q84 3>

 

 "사람 하나가 죽는다는 건 어떤 사연이 있건 큰일이야. 이 세계에 구멍 하나가 뻐끔 뚫리는 거니까. 거기에 대해 우리는 올바르게 경의를 표해야 해. 그러지 않으면 구멍은 제대로 메워지지 않아."

 "구멍을 그냥 놔둘 수는 없거든. 그 구멍으로 누군가 빠져버릴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때로 죽은 사람은 몇 가지 비밀을 안고 떠나가. 그리고 구멍이 메워졌을 때, 그 비밀은 비밀인 채로 끝나버리지."

 "내 생각에는, 그것 역시 필요한 일이야."

 "왜?"

 "만일 죽은 사람이 그걸 안고 떠났다면, 그 비밀은 분명 남겨 놓고 갈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던 거야."

 "왜 남겨놓고 갈 수 없었을까?"

 "아마 거기에는 죽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정확히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일이 있었을 거야. 아무리 시간을 들여 말을 늘어 놓아도 미처 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이. 그건 죽은 사람이 스스로 안고 가는 수밖에 없는 어떤 일이었어. 특별히 중요한 수하물처럼 말이지."

<p.594, 1Q84 3>

 

더보기

 두툼한 세 권의 책 페이지를 다 합치면 대략 1500페이지가 넘을 것 같은 긴 소설이다. 이 긴 소설의 줄거리를 간단하게나마 요약해본다면 이러하다. 때는 1984년 일본, '선구'라는 사이비 종교에서 빠져나온 후카에리라는 여고생이 '공기 번데기'라는 소설을 출품한다. 이 소설을 눈여겨본 편집자 고마쓰는 같이 일하던 소설가 지망생 덴고에게 해당 소설의 문장을 좀 더 매끄럽게 다시 써서 책으로 내자는 제안을 한다. 그렇게 출간된 책 공기 번데기는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책이 사이비 종교 선구의 비밀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선구는 후카에리와 덴고를 쫓는다. 한편 덴고의 초등학교 동창이자 첫사랑인 아오마메는 스포츠 인스트럭터로 일을 하면서 비공식적으로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자들을 암살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선구의 리더가 어린 딸들을 성폭행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그를 죽인다. 이로 인해 아오마메 역시 선구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된다. 이렇게 덴고와 아오마메는 선구와 엮이게 되면서 달이 두 개인 세상, 즉 1984년이 아닌 1Q84년의 세상을 살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둘은 선구의 눈을 피해 만나게 되고 탈출에 성공하나 그들이 탈출한 곳은 1984년도, 19Q4년도 아닌 또 다른 세상임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책은 대학생 때도 한 번 읽어본 적이 있다.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다시 읽기 전 책의 내용을 떠올려보려고 했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기억났던 건 '호우호우'였다. (소설 속 사이비 종교의 목소리 역할을 하는 리틀 피플이라는 가상의 존재가 공기 번데기를 만들 때 내는 소리이다. 꽤나 귀여운 소리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어딘가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다.) 한 번 더 읽어도 여전히 궁금 투성이의 책이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상인지 잘 모르겠다. 리틀 피플과 공기 번데기, 목소리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각 집을 돌아다니던 NHK 수금원은 정말 덴고의 아버지였을까? 마더와 도터의 개념 역시 잘 이해가 되지 않았고 후카에리는 어디로 가버렸을까. 해소되지 않은 여러 의문들 속에서도 다음에 일어날 일이 궁금하여 중간에 책을 덮기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1500페이지가량의 방대한 분량을 계속 더 읽고 싶게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흡입력이 있는 책이다.

 

 분량에 비해 등장인물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서 각 인물에 대한 묘사가 치밀하다. 소설 속 이야기의 진행만큼이나 등장인물의 생각과 감정에 대한 묘사가 많은 페이지를 차지한다. 그래서인지 다 읽고 나면 덴고와 아오마메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머릿속에서 어떤 얼굴과 어떤 체형, 어떤 말투를 쓸 지도 그려질 정도이다. 지금껏 소설의 플롯에 대해서만 관심을 많이 기울였었는데 어떤 한 인물에 대해서 깊숙이 알게 되는 것도 중요한 재미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점이 여느 일본 소설과는 조금 다른 점 같다. 다른 일본 소설에서는 이야기의 진행과 긴장감, 대단한 반전 등을 기대하며 빠른 속도로 읽어 나가곤 했었는데 이 소설은 그렇지는 않았다. 현실인지 현실이 아닌지 알 수 없는 환상 속에 잠시 빠져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