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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 김지원, 2024 (eBook) 문해력과 관련해, 곧잘 간과되고 있지만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무엇을 어떻게 읽을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과연 무엇을 읽을 것인가'는 21세기에 새삼스럽게 제기된 질문이 아니라, 오랜 세월 인류가 진지하게 붙든 질문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시대를 정보 홍수의 시대로 여겼다. 기원전 900년경에 쓰인 에 이미 "많은 책들을 짓는 것은 끝이 없고 많이 공부하는 것은 몸을 피곤하게 하느니라"라고 쓰여 있다. 다산 정약용은 반산 정수철에게 "옛날에는 책이 많지 않아 독서는 외우는 것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고의 서책이 집을 가득 채워 소가 땀을 흘릴 지경"이라고 한탄했다. 구텐베르크 인쇄 혁명으로 사상 최초로 책이 '찍혀 나오기' 시작하던 1550년에 .. 2025. 3. 8.
< 무코다 이발소 > 오쿠다 히데오, 2017 "그래서 사사키 씨는 잘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요?" "잘은 모르겠지만,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겠죠.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가 처음부터 세상을 삐딱하게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인생이 너무 아깝잖아요." 더보기 고등학생 무렵이었을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가 유명해졌던 것이. 그 책의 줄거리라고는 엉뚱한 정신과 의사가 나와서 여러 사람 상담해 주는 내용이었던 것만 기억나는데 당시의 유명세에 비해 크게 인상 깊진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 일본 소설에 한창 빠지게 되었을 때도 도서관 책꽂이에서 오쿠다 히데오의 책은 왠지 모르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거의 십여 년이 지나 오랜만에 그의 책을 다시 읽어 보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나와 잘 안 맞는 일본 소설 작가인 것 같다. 이 책 역시 무난하고.. 2025. 3. 5.
< B주류경제학 > 이재용 외, 2024 (eBook) 다만, '유튜브로 사람의 성장이 가능할까?' 하는 지점에서는 저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유튜브는 너무 쉽고 편합니다. 세상의 다양한 지식과 생각들이 무한대로 공유되고 있고, 마음만 먹으면 이 콘텐츠를 활용해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기 때문에, 유튜브를 통해 생긴 관심을 더 깊게 이어줄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이 책이 나온 이유는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방송에 출연해 촬영했던 저조차도 수개월 전의 방송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꼼꼼히 영상을 시청한 구독자 분이어도 방송의 모든 주제와 내용을 기억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무협 소설에서 무림 고수들이 단전에 내공을 한 바퀴 돌리는 것을 운기조식이라고 하는데요... 2025. 1. 14.
< 채식주의자 > 한강, 2007 폭우에 잠긴 숲은 포효를 참는 거대한 짐승 같다.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녀의 삶도 함께 떠밀려 하류로 나아갔다. (...) 어린시절부터, 그녀는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강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스스로 감당할 줄 알았으며, 성실은 천성과 같았다. 딸로서, 언니나 누나로서, 아내와 엄마로서, 가게를 꾸리는 생활인으로서, 하다못해 지하철에서 스치는 행인으로서까지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그 성실의 관성으로 그녀는 시간과 함께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산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그 웃음의 끝에 그녀는 생각한다. 어떤 일이 지나간 뒤에라도, 그토록 끔찍한 일들을 겪은 뒤에도 사람은 먹고 마시고, 용변을 보고,.. 2024. 12. 29.
< 쓸 만한 인간 > 박정민, 2016 (eBook) 그렇게 오기로 아직은 발을 담그고 있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기적' 같은 버저비터를 꿈꾸기도 하고, 어차피 "평생동안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해야 할 때가 그리 여러 번 오는 게 아니"라면 조금은 즐기면서 해보려고도 한다.  여하튼 여행은 이토록 흥미롭다. 어쩌면 평생 만나볼 수 없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도 설레는 일이다. 조금만 용기를 갖고 도전해보시길. 적지 않은 돈이지만, 적지 않은 경험과 사람을 얻을 수 있다. 대형마트에 가도 살 수 없는 것들이다.  가끔씩 느끼는 감정의 요동을 글자로 남겨보길 바란다. 그중 8할은 훗날 이불을 걷어찰 글자들이지만 그중에는 분명 나를 세워주는 글자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 서로 다른 목적으로 열심히 남의 돈을 버는 20대가 많을 것이다. 그들을.. 2024. 1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