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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하완, 2018 흔히 돈은 수단이어야 하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오랫동안 돈이 목적인 삶을 살아왔다. 부끄럽지만 나도 그중 하나였다. 나는 늘 돈을 많이 벌고 싶었기에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같은 가장 중요한 질문들은 제쳐두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길을 좇으며 살았다. 우선 돈부터 많이 벌면 나머지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고 믿었던 것이다. 포기는 비굴한 실패라고 배웠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현명한 삶을 살기 위해선 포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는 '인내'나 '노력' 같은 기술을 이미 수도 없이 익히며 살았지만, 포기하는 기술은 배우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포기하지 말라고 배웠다. 그래서 포기하지 못해 더 큰 걸 잃기도 한다. 내가.. 2022. 4. 17.
< 장르만 로맨스 > 조은지, 2021 김현(류승룡)이라는 작가가 있다. 그는 7년 전 베스트셀러를 낸 유명 작가이다. 하지만 그 이후 더 이상 작품을 내지 못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또 그는 혼자 살고 있는 기러기 아빠이다. 10년 전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다 이혼했다. 전 아내인 미애(오나라)는 고3이 된 아들 성경(성유빈)을 혼자 키우고 있고, 현 아내는 자녀 교육 때문에 외국에서 어린 딸을 혼자 키우고 있다. 그에게는 30년 지기 친구이자 7년 전 그의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던 출판사의 직원이기도 한 순모(김희원)가 있는데 사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미애와 사귀고 있다. 양육비와 생활비 부담에 허덕이며 일을 하고, 새로운 작품을 위한 글을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며, 술을 마시고 하루를 허비하는 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에.. 2022. 4. 12.
<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박혜란, 1996 아이들 마음의 구김살은 아이들이 만드는 게 아니다. "엄마는 대학을 나왔다면서 이런 것도 몰라?" "그래, 모른다.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뭐든지 다 알 수는 없어. 전에 배운 걸 다 머릿속에 넣어 둘 수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어. 그러다간 머리가 터질지도 모르잖니." "그럼 뭣 하러 대학까지 갔어? 다 잊어버릴 걸." "많이 배운다는 건 지식을 많이 쌓는 게 아니라 지혜를 배우는 거야." "무슨 지혠데?" "답을 몰라도 답을 찾아가는 방법은 안다는 뜻이지. 자, 네가 그 문제를 어디까지 풀다가 엉켰는지 나한테 한번 설명해 봐. 엄마는 전혀 모르는 문제니까 처음부터 차근차근 잘 설명해 줘야 해." 전업 주부인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무시를 당하는 이유는 지식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이다. 어른들은 반드시 아.. 2022. 4. 3.
< 놀이의 반란 > EBS 놀이의 반란 제작팀, 2013 지난 8개월 동안, 놀이의 가치와 본질을 찾아 떠난 긴 여정을 통해, 제작진이 깨달은 것은 아이의 인지능력, 사회성, 창의력이 완성되는 곳은 학원이라는 울타리가 아니라 또래 친구들과 건강하게 뛰어노는 놀이터라는 사실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수많은 가치를 아이들은 놀면서 스스로 터득한다는 사실입니다. 조기교육의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원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와는 다르게 인터넷, 각종 언론, 전문서적, 동호회 등을 통해 육아와 관련된 수많은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부모들은 수없이 많은 정보를 채득하게 되고, 그것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여러 가지 자극으로 이어진다. 즉,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는 만큼 아이들에게는 더 많은 자극이 주어진다. 그러다.. 2022. 4. 2.
< 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 2020 여러분의 내면에는 상처받기 쉬운 어린 예술가가 있다. 여러분의 가장 큰 실수는 그 어린 예술가를 데리고 예술학교에 들어온 것이다. 물론 이곳은 좋은 학교이고 훌륭한 선배 예술가들이 있다. 그러나 예술의 세계는 질투라는 에너지로 이루어진 성운이다. 여러분의 주위에 있는 친구나 선생들은 본래 선량한 사람들이지만 어쩔 수 없이, 자신도 모르게 여러분의 재능을 시기하고 있다. 그건 이 세계에선 아주 자연스런 일이다. 선생은 평가를 해야 하고 동료들도 당신 작품에 판단을 내려야 한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며 새로운 예술을 알아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게다가 마음속 깊숙한 곳에 이곳을 박차고 나가 마음껏 자기 재능을 발휘하고픈 충동을 애써 억누르고 있는 중이다. 여기, 이 게토에 갇혀 있는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2022.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