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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진 독서법 > 이동진, 2017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단 한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다" - 토마스 아퀴나스 (중세 철학자) 인간이 천 번 만 번 다시 태어나서 산다면 다양한 삶을 경험해보겠지요. 하지만 인간은 한 번밖에 살 수 없어요. 그러니까 인생에서의 모든 것은 시연 없이 무대에 올라가서 딱 한 번 시행하는 연극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 타인이라면 다양한 상황과 특정한 경우에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해 주고 감정을 이입하게 해 줍니다. 인간의 실존적인 상황, 그 한계를 좀 더 체계적이고도 집중적인 설정 속에서 인식하게 하고 고민을 숙고하게 만들죠.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간접 경험보다는 직접적인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죠. 그런데 직접적인 경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간접적인 경험을 .. 2022. 5. 31.
< 부의 인문학 > 브라운스톤(우석), 2019 마이클 포터가 말하는 전략적 사고란 어떤 것인지, 아주 쉬운 예를 들어보자. 거북이가 토끼랑 경주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체력을 기르고 노력하고 쉬지 않고 열심히 달리면 이길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요즘 토끼는 낮잠을 자지 않는다. 거북은 육상 달리기 시합을 하면 언제나 질 수밖에 없다. 거북은 육상 시합 대신에 수영 시합을 하자고 해야 한다. 이런 게 전략적 사고다. 그런데도 대중은 각자 자기가 믿는 도덕적 잣대를 기준으로 시장의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태도는 매우 위험하다. 도대체 누가 도덕적 기준을 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시장은 도덕적 기준으로 보상하지 않는다. 그러니 시장경제에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어리석음은 부디 벗어나길 바란다. 왜 사람들은 노예의 길을.. 2022. 5. 25.
< 초속 5센티미터 (秒速5センチメートル) > 신카이 마코토, 2007 도쿄의 한 초등학교에 남학생이 전학 온다. 남학생의 이름은 토노 타카키. 그리고 이듬해 여학생이 전학 온다. 이름은 시노하라 아카리. 또래에 비해 조용한 성격의 둘은 이내 서로를 좋아하게 되며 단짝이 된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둘은 같은 중학교에 진학하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아카리가 다른 지역의 공립학교에 진학하는 걸로 급하게 결정이 되면서 둘은 졸업 후 헤어지게 된다. 각자의 중학교에 진학하고 반년이 흘렀을 즈음 타카키는 아카리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잘 지냈냐는 아카리의 편지를 계기로 둘은 계속 편지를 나누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전한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이 끝날 무렵 타카키도 다른 지역의 중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타카키가 가게 되는 지역은 가고시마현으로 도쿄와는 매우 먼 거리가 떨어.. 2022. 5. 18.
< 상관없는 거 아닌가 > 장기하, 2020 어쨌든 분명한 건 내가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 써왔고, 또 그게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 보니 내 삶에 이런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도 모르게 골칫거리로 삼아 씨름하게 되는 문제들 중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거의 모든 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꽤 많은 사람이 인정하는 술의 좋은 점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취중진담이다. 술을 마시면 더욱 솔직하고 진실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나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술에 취한다는 건 결국 그냥 좀 멍청해지는 것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게 내가 이십 년 정도 마셔오며 내린 결론이다. 멍청해진 상태에서 하는 이야기가 평소보다 더 진실된 것이라면.. 2022. 5. 17.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박준, 2017 그늘 남들이 하는 일은 나도 다 하고 살겠다며 다짐했던 날들이 있었다. 어느 밝은 시절을 스스로 등지고 걷지 않아도 될 걸음을 재촉하던 때가 있었다는 뜻이다. 먼저 죽은 이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나는 기억해두고 있는 말이 많다. "다음 만날 때에는 네가 좋아하는 종로에서 보자"라는 말은 분당의 어느 거리에서 헤어진 오래전 애인의 말이었고 "요즘 충무로에는 영화가 없어"는 이제는 연이 다해 자연스레 멀어진 전 직장 동료의 마지막 말이었다. 이제 나는 그들을 만나지 않을 것이고 혹 거리에서 스친다고 하더라도 아마 짧은 눈빛으로 인사 정도를 하며 멀어질 것이다. 그러니 이 말들 역시 그들의 유언이 된 셈이다. 역으로 나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 2022.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