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73 <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 이도우, 2018 가끔 생각한다. 열 권의 책을 한 번씩 읽는 것보다, 때로는 한 권의 책을 열 번 읽는 편이 더 많은 걸 얻게 한다고. "사람이 아프면 옆에서 돌봐주고 좀 기대기도 하고... 그러는 거 아닌가. 서로 의지하는 거잖아. 솔직히 우리 이모, 곁을 안 주려고 할 때가 있어서 서운하긴 해." 은섭은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대체로 두 가지 태도인 것 같아. 아플 때 위로받고 싶고, 챙겨주면 고마워하는 사람. 반면, 아플수록 동굴에 숨어서 혼자 앓는 사람. 자신을 찾는 것도 싫고 들여다보지도 못하게 하는 사람." 해원이 그런 은섭을 바라보자 그는 부드럽게 웃었다. "이모님은 두 번째 같은 사람이 아닐까?" 책들을 기획하고 쓰고, 그리고, 사진 찍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정성 들여 제작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다 .. 2021. 4. 1. < 읽다 > 김영하, 2018 "비극은 가능한 한 태양이 일 회전하는 동안이나 이를 과히 초과하지 않는 시간 안에 사건의 결말을 지으려는 경향이 있다." - 아리스토텔레스 독서는 왜 하는가? 세상에는 많은 답이 나와 있습니다. 저 역시 여러 이유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독서는 우리 내면에서 자라나는 오만(휴브리스)과의 투쟁일 것입니다. 저는 호메로스의 와 소포클레스의 을 읽으며 '모르면서도 알고 있다고 믿는 오만'과 '우리가 고대로부터 매우 발전했다고 믿는 자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독서는 우리가 굳건하게 믿고 있는 것들을 흔들게 됩니다. 독자라는 존재는 독서라는 위험한 행위를 통해 스스로 제 믿음을 흔들고자 하는 이들입니다. 비평가 해럴드 블룸은 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독서는 자아를 분열시킨.. 2021. 3. 31. < 오늘부터 훈육을 그만둡니다 > 주부의 벗(엮음), 2019 우리 사회는 매우 복잡해졌습니다. 저출산 시대가 된 탓도 있을 겁니다. 현대 사회는 어른이 살기 편한 사회, 어른이 아니면 대응할 수 없는 사회입니다. 특히 도시에서는 더 그렇지요. '아이니까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이 통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은 부모입니다. 사람들은 우는 아이가 있으면 "조용히 시키세요." 떠드는 아이가 있으면 "혼을 좀 내야죠!", 또는 "애초에 이런데 아이를 데려오지 마세요."라고 말합니다. (...) 훈육해야 한다는 압박은 부모, 특히 엄마를 위협합니다. 남들에게 욕먹지 않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아이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게 합니다. 아이는 부모의 시선에 민감합니다. '엄마는 나를 싫어하는구나. 엄마가 좋아할 만한 착한 아이가 되지 .. 2021. 3. 20. <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2020 어린이에게 '착하다'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착한 마음을 가지고 살기에 세상이 거칠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착하다는 말이 약하다는 말처럼 들릴 때가 많아서이기도 하다. 더 큰 이유는 어린이들이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 두려워서다. 착하다는 게 대체 뭘까? 사전에는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고 설명되어 있지만, 실제로도 그런 뜻으로 쓰이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보다는 어른들의 말과 뜻을 거스르지 않는 어린이에게 착하다고 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니 어린이에게 착하다고 하는 건 너무 위계적인 표현 아닌가. 어딘가 좀 할머니 같은 말이지만, 나는 어린이들이 좋은 대접을 받아봐야 계속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안하무인으로 굴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 2021. 3. 17. < 아파트에서 살아남기 > 김효한, 2013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서 싸웠는지를 생각해보았다. 그 기나긴 싸움의 과정에서 나는 인간이 가진 모든 면을 본 듯 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공동체를 위해서 불이익을 함께 감수하는 희생을 보았는가 하면, 나만 살겠다고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내 조그마한 이익이라도 더 챙기면 그만이라는 이기심의 끝도 보았다. 의리를 지키면서 서로를 격려하는 강한 의지와 단결의 힘을 보기도 했지만 논리적으로 말도 안되지만 감정을 자극하는 선동과 이간질에 쉽게 넘어가는 의지의 나약함도 보았다.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 알렉시스 드 토크빌 (프랑스의 정치학자) 더보기 이 책은 평범한 회사원이 아파트에 관한 사회의 시스템과 그것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상대로 사투를 벌.. 2021. 3. 6. 이전 1 ··· 27 28 29 30 31 32 33 ··· 35 다음